예약해 놓은 콘도 이름이 생소하여 몇 번이고 외워도 잘 기억되지 않는다. 직장 야유회 때와 골프 라운딩을 위해 각각 1박씩 했던 용평리조트의 옆에 있다고 한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이른 아침에 출발한다. 오랜 가뭄 끝에 오는 비라, 즐거운 마음으로 중부, 영동고속도로를 달려 횡계I.C로 나온다. 출발 당시의 폭우는 점차 약화되더니, 숙소에 도착하니 개이기 시작했다. 어제는 강릉에서 오늘은 리조트 안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한다.

  알펜시아(Alpensia) 리조트는 2018년 개최되는 동계 올림픽을 대비한 강원도 개발공사의 소유라고 한다. 알프스(Alps)의 알펜(Alpen)과 아시아(Aisa) 및 판타지아(Fantasia)의 뒷부분을 조합시켜, 환상적인 아시아의 알프스라는 뜻이라 한다. 개발공사가 세계적인 숙박체인 홀리데이 인 에게는 콘도와 호텔을, 그리고 인터컨티넨탈 에게는 호텔을 각각 위탁하여 운영케 하는 듯하다. 서구식으로 지은 넓은 건물과 부대시설들이 이국적인 멋을 낸다.

  어제 강릉지역 일정이 피곤해서인지, 계획했던 아침 산책도 못하고 늦잠을 자고 말았다. 주일이기에 가까운 성당을 찾아 미사를 드리고 하루 일정을 시작하기로 한다. 수소문해서 전화했더니, 횡계 성당의 주일미사는 용평타워 콘도에서 여행객들을 위해 730분에 있고, 본당 교중미사는 1030분에 있다고 한다. 조용하고 아늑한 시골 성당이 편안함을 가져다준다. 미사가 끝나고 리조트로 돌아와 각종 위락시설 등을 돌아보며 함께 하루를 보내기로 한다.

  숙소 사이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 시설과 타고 놀 공간들이 확보되어 있다.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을 즐기는가 하면, 물이 채워진 간이 풀장에서는 대형 비닐 공속에 어린이들이 들어가 구른다. 이륜구동, 사륜구동의 자전거들은 가족들이 함께 타고 열심히 페달을 밟는다. 여름철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곳은 평지에 설치된 분수대이다. 뿜어져 나오는 물기둥 사이로 뛰면서 옷도 적셔가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한동안 재미있게 논다.

마차를 타고 리조트 단지를 한 바퀴 도는 것도 낭만이 있을 듯하다. 지금까지 다닌 리조트들은 지하에 상가들이 집중되어 있는데, 이곳은 지상1층에 마트, 음식점, 노래방, 오락실, 당구장 등이 있다. 유명 패스트푸드점이나 음식점 체인들이 곳곳에 입점해 있다. 기소야 음식점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오후 스케줄에 들어간다. 어제와 달리 강한 햇볕이 내려쬐는 더운 날씨이지만, 인체가 가장 행복함을 느낀다는 해발 700m 고지에 있어 쾌적하고 시원하다.

 

  철 지난 스키장은 리프트가 움직이고, 매표소 앞은 여행객들이 몰려있다. 스키장으로 가는 주변은 아름다운 꽃밭이 있는 꽃길이다. 매표소에는 알파인 코스터의 전시와 함께 탑승 안내도가 주의사항을 전한다. 스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서, 내려 올 때는 봅슬레이처럼 생긴 알파인 코스터를 타고 내려온다. 티켓 팅을 하는데, 보조원이 3세 이하 어린이와 55세 이상의 어른은 탑승을 못한다고 나를 보면서 말한다. 갑자기 아들은 55세가 안되었다고 한다.

  아직 스키를 배우지 못해서 곤돌라만 탔지, 리프트를 타본 경험은 없다. 손자가 어렸을 때 과천 대공원에서 리프트를 타고 무서워 울 때, 어찌할 수가 없어 안절부절 했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약간의 긴장만 할뿐 여유가 있어, 성장한 손자가 대견스럽다. 안내문에서 3세 이하의 문구만 보았는데, 갑자기 아들 덕분에 55세 이하로 젊어졌지만 은근히 걱정도 된다. 내려갈 때 얼마나 난이도가 있기에, 나이제한을 하는지 궁금하다.

  스키장 정상인 힐 라운지에 도착하니, 비온 뒤 화창한 날씨로 인해 사방의 시야가 탁 트인다. 리조트 옆에 있는 알펜시아 700 골프장은 27홀의 골프코스와 페어웨이 따라 조성된 300여 세대의 빌리지가 이색적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골프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으로 외국에서 아름다운 조망을 즐기는 듯하다. 정면으로 보이는 대관령 능선 상에 있는 수많은 풍력발전기 모습은 설산 산행으로 많이 알려진 선자령으로 보여 진다.

  건너편의 산봉우리는 이곳과 같은 용평 리조트의 스키장 정상이다. 그 아래로 펼쳐진 콘도와 호텔을 보니, 지나간 옛날이 그리워진다. 알파인 코스트를 타는 행렬은 모두 젊은이들로 장사진이다. 리프트는 여러 명이 계속해서 올라 올수 있지만, 내려가는 코스트는 어린이를 동반한 경우에는 2명이 그렇지 않고는 혼자 내려가야 하기에 정체가 많이 된다. 1시간 정도를 기다리며, 출발 안내원으로부터 내려가는 팀에게 하는 교육을 계속 듣는다.

   막상 차례가 되어 출발하고 보니, 양손에 잡은 속도 조절 브레이크가 있어 위험하지 않다. 속도를 내며 스릴을 느끼는 재미도 있어,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이다. 독특한 양식의 뮤직 텐트 옆 산위로 보이는 타워는 스키 점프대라고 한다. 국제연맹이 인정한 최고의 시설로 전망대 및 라운지를 갖추고 있다.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한 강원도 도민의 노력과 국민들의 성원을 이곳에서 느낀다. 오후 일정은 가족형 워터파크인 오션 700(수영장)에서 한다.

  파도 풀장 외 각종 풀과 위에서 타고 내려오는 각종 시설들이 아이들을 재미있게 한다. 함께 즐기기에는 다소 부담이 되어, 임대한 비치 의자에 누워 오수를 즐기며 피로를 풀어본다. 투숙객들이 대부분 돌아가야 할 일요일 오후시간이 되어 한가하고 여유가 있어 좋다. 1( 5)인 두 호텔(인터컨티넨탈:238, 홀리데이 인:214)에 버금가는 콘도(419)도 시설이 훌륭하다. 머물고 있는 콘도 1022층 룸도 넓고 안락한 분위기이다.

  수영장(이용시간: 10:00~18:00) 마감시간까지 재미있게 논 아이들은 배가 고프다고 아우성이다. 미리 파악해둔 횡계의 대관령 한우 집을 찾아 나선다. 매장과 식당이 분리되어 있는 음식점들이 보편화되어 가는 추세로 이곳도 그렇다. 넓은 매장은 이름도 생소한 수많은 부위와 양에 따라 천차만별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어 고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대관령의 좋은 환경에서 자란 소라고 생각해서인지, 더 한층 고기 맛도 있다.

  어제 못한 산책을 위해 날이 밝자 혼자 숙소를 빠져 나온다. 오고가며 보았던 등산 이정표를 찾아 콘서트 홀 부근까지 온다. 등산로 표시는 어제 리프트를 타고 올랐던 힐 라운지로 가는 코스인 듯싶다. 산책로는 다리를 건너가는 6.2km코스와 개천 따라 가는 2.4km의 코스 두 종류로 나누어진다. 리조트 단지 외곽보다는 내부 쪽을 돌아보기로 하고 짧은 코스를 택한다. 해발 700m의 고지에 약간의 운무마저 낀 새벽 산책길은 환상적이다.

  산책길이 끝나자, 인터컨티넨탈 호텔 앞에 있는 솔 섬으로 간다. 솔 섬이 가운데 있는 호수 주변을 도는 연못 산책길이 1km이다. 생리적인 현상을 해결하느라 잠깐 호텔 안으로 들어갔더니, 5성 호텔답게 내부시설이 훌륭하다. 구름다리를 건너 솔 섬으로 들어갔더니, 이른 새벽이라 아무도 없다. 주변의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체크아웃하고 상경하기 전 가족과 함께 다녀가기로 한다. 산책길을 돌다가 멋지게 보았던 골프장 입구로 올라간다.

  어제 힐 라운지에서 내려다보며 페어웨이 따라 있었던 빌리지가 궁금했다. 평지에서는 그러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줄지어 있는 건물들은 모두 개인 소유의 별장들 이라고 한다. 작은 평수만 하여도 회원권과 함께 20여억원이 되며, 사용과 무관하게 월 150만원 정도의 관리비를 내야 한다고 한다. 주로 돈 많은 노인들이 추운 겨울에는 집으로 가고, 따뜻해지면 이곳에서 보낸다고 한다. 우리 같은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 사진만 한 장 남긴다.

 

  리조트를 떠나기 전 호텔 앞에서 솔 섬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한 장 찍고 상경 길에 오른다. 23일의 짧은 금년의 하기휴가는 가족과 함께 알차게 보낸 듯하다. 너무나 일정에 얽매이지 않는 휴식과 관광을 하면서 맛 집을 찾아 맛있는 음식과 잠자리까지 편했으니, 이 이상 더 즐거운 휴가가 또 있을까! 휴가 계획을 세워 알찬 휴가를 보내게 해준 아들과 며느리한테 고마움을 전한다. 수고 했다.

 

 

                                2012. 7. 2.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를 다녀와서.....

 

 

 

 

 

Posted by 프코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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