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한사온도 잊은 체 기승을 부리는 동장군 때문일까! 아니면 며칠 전 집 앞 눈길 에서 크게 넘어진 탓일까! 좀처럼 산행에 나서지 못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년말과 년초에는 일출과 설산을 보러 자주 산을 찾았는데, 한두번 참여하지 않자 자신이 없어진다. 새해를 맞이해 가까워진 춘천에라도 다녀오자고, 아내와 손자가 함께 하기로 한다. 갑작스런 결정으로 아침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일정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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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춘천 도심 관광 안내도(사진을 클릭하면 선명함) >

 

  그동안 산행으로 춘천을 많이 찾았기에 명소는 2~3회씩 다녀왔다. 관광지는 소양댐, 청평사, 남이섬, 강촌, 문배마을, 구곡폭포 등이고, 다녀온 산은 오봉산, 용화산, 삼악산, 검봉산, 봉화산 등이 있다. 시간도 없고 아이가 있어 도심권에 있는 공지천과 중도를 보고서, 명동에서 닭갈비와 막국수를 먹고 오기로 한다. 집을 나서 버스와 전철을 환승하면 빠를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전철만 이용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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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51, 남춘천역 역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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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52, 남춘천역 앞 거리 >

 

  집(11:30)몽촌토성역(11:45)천호역(11:52)군자역(12:02)상봉역(12:20)을 각각 출발한다. 평상시 낭만을 즐기던 경춘선 열차의 추억을 그리며, 아내, 손자 와 함께 차창 밖 설경을 보고 가려했다. 그러한 바람은 상봉역에서 탑승하자, 물거품이 되고 만다. 때가 새해이고 시간마저 누구나 쉽게 나올 시간대여서 그러한지, 초만원으로 몸을 움직이기조차 힘들다. 고생 끝에 남춘천역(13:40)에서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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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58, 역전 거리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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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04, 춘천 풍물시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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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05, 즐비한 소상가들 >

 

  역사를 빠져 나오면서, 손자가 그 혼잡 속에서 잘 참아 준 것이 고맙다. 한편으로는 사전 정보 없이 데려 와 고생시킨 것이 미안하기도 했다. 남춘천역 관광안내센터에 들어가 안내를 받는다. 중도는 청소년들이 즐겨 찾는 야영장인데, 겨울철이라 썰렁하다고 추천하지 않는다. 각종 전시관이나 관람관은 휴무로 문을 열지 않아 공지천과 명동으로 좁혀진다. 철도 고가 아래 새로 지어진 풍물시장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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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45,
공지천 다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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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47, 다리에서 본 공지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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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53, 조각공원(1) >

 

  소 상가들은 지난 21일 개통한 전철에 맞추어 문을 연 듯하나, 아직 소문이 나지 않은 듯하다. 주로 관광객들이 먹을거리와 토산품 가게들이다. 손자가 좋아하는 호떡 등과 준비한 음식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걸어서 20여분 소요 된다고 하여 여유 있게 걷는다. 남녀노소가 함께 중도와 의암호변의 경관을 감상하며 여가를 즐긴다는 공지천에 도착한다. 얼어붙은 물 위, 새하얀 눈이 새해를 맑고 밝게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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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02, 조각 공원(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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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04, 조각공원내 쌓인 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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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05, 김유정 문학 비 >

 

  흰 눈이 소복하게 쌓인 넓은 조각공원에는 많은 작가들의 작품들이 세워져 있다. 뽀드득 뽀드득 눈을 밟으며 감상하는 운치 또한 남다르다. 그러나 손자는 조각품은 안중에도 없다. 드넓은 눈 속을 뛰어 다니며, 같이 눈싸움을 하자고 하며 즐거워 한다. 이래서 나이가 들어서도 눈이 내리면 동심으로 돌아가 추억을 그리며 좋아하는 것 같다. 이 고장에서 태어난 유명한 김유정 문학가의 비가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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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10, 공지천을 건너는 인도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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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11, 에디오피아 참전 기념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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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11, 길 건너 참전 기념관 >

 

  공지천을 걸어서만 다닐 수 있는 다리가 호반의 도시답게 아름답다. 아프리카에서는 유일하게 한국전에 참전하였던 에디오피아를 기리기 위한 참전 기념탑이다. 3개 대대 6,000여명이 참여해, 이 지역에서 혁혁한 공을 세워서 춘천시와 에디오피아의 수도가 자매결연을 체결했다고 한다. 맨발의 마라톤 선수 아베베로 널리 알려진 어려운 국가에 대한 감사가 그 어느 때 보다도 지금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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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15, 공지천 뜨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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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15, 뜨락 앞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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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28, 뜨락 실내 >

 

  조각공원에서 도로를 건너니, 크리스마스트리와 함께 예쁜 인형들이 시선과 발길을 돌리게 한다. 건물 안은 추위에 몸을 녹여 가라고, 열대 식물들과 그림들을 전시해놓은 온실 뜨락이다. 뜨락은 돌아와 뜻을 찾아보니, 뜰의 사투리로 북한에서 주로 사용한다고 한다. 따뜻한 차를 한잔씩 하면서 한동안 쉬어 간다. 눈밭에 열심히 뛰어 놀던 손자의 양 볼은 어느새 벌겋게 달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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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33, 고 드 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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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45, 춘천시 관광 안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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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46, 공지천 오리들 >

 

  시골서 어릴 적 많이 보던 고드름이 초가지붕 처마는 아니더라도 주렁주렁 열려있다. 오랜만에 보는 고드름을 긴 것으로 하나 따서 손자에게 준다. 고드름 동요까지 불러주니,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관광안내도를 보며 더 가 볼만한 곳을 체크해보고, 공원 건너편의 공지천으로 이동한다. 더 폭이 넓어진 공지천 가운데로 중도 관광지도 보인다. 수많은 오리보트돌이 얼어붙은 물에서 잠을 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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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50, 자전거 도로 뚝방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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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05, 명동 닭갈비 골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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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07, 진흙탕 보도에도 >

 

  길게 이어진 뚝방길은 자전거 도로라고 하는데, 눈에 의한 빙판길이어서 인지 자전거는 보이지 않고 걷고 있는 관광객뿐이다. 30여분 길 따라 가면, 지나가다 차창 밖으로 보았던 소양강 처녀상이 나온다하여 가보고도 싶었지만, 손자에게는 무리로 포기한다. 공지천에서의 일정을 모두 끝내고 택시를 이용해 명동으로 간다. 기사께서 하는 말 전철이 개통되고 나서 서울특별시 춘천구가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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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08, 음식점 골목 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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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13, 골목 입구 안내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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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30, 춘천역 가는 길 >

 

  또한 왜 복잡하고 대접 못 받는 곳으로 가려 하느냐고 하면서 남춘천역 인근의 닭갈비 거리로 가라고 한다. 그러나 명소가 된 거리라도 가보자고 하여 갔더니, 골목안 20여개의 음식점마다 닭갈비를 먹기 위한 전쟁을 하고 있다. 길게 기다리는 줄에, 음식점에서 나오는 사람마다 1~2시간 기다렸다 겨우 먹고 나온다고 불평불만이다. 여러 곳을 기웃거리다, 가는 길에 있을 닭갈비집에서 하기로 하고 춘천역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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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35, 춘천역 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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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38, 역 앞 닭갈비 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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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13, 맛있는 닭갈비 >

 

  오고가는 길에 길을 물어도 대부분 서울사람으로 춘천시민을 만나기 힘들다. 역 앞 양측은 미군부대가 철수해 허허벌판으로 저녁은 굶었다고 생각했다. 다행이 역 앞에 닭갈비집이 한곳 있어 막국수와 함께 추억을 만들고 귀가 길에 오른다. 20여분 후의 다음차(18:40)를 옆 플랫트 홈에서 잽싸게 올라 겨우 자리를 잡는다. 다음 차는 급행으로 주요역만 정차하여 63(일반: 79)걸린다고 한다. 멀게 느껴지던 춘천이 1시간대의 거리로, 서울 시내 외곽을 다녀 온듯하다.

 

                                         ‘11. 01. 01. 춘천를 다녀와서.....

 

Posted by 프코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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