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초등학교 친구로부터 바람이나 쐬러 바닷가에 다녀오자는 전화를 받는다. 선약이 없어 가겠다고 하니, 역삼역으로 8시까지 무조건 나오라 한다. 두루두루 여러 가지가 궁금하다. 동해안 어디로 가는지?, 누구누구와 가는지? 어떻게 가는지? 이렇게 해서 봄나들이 계획은 무르익어 간다. 그리고는 초등학교 시절 소풍 가기 전의 설렘은 나이에 관계없이 찾아온다. 동심의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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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40, 가진 해수욕장 앞 바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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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40, 가진 해수욕장 앞 바다(2) >                   

  역삼역에서 8명이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길바닥에 뿌려진 쪽지로 자리배정을 한다. 자원 봉사하는 두 친구의 승용차에 각자 탑승해 출발(8:10) 한다. 경춘 고속도로 진입하여 가평휴게소(9:05~9:20)→동산톨게이트(통행료:5,900)→동홍천I.C(9:50,통행료:1,400원)→가리산입구(10:00)→인제(10:25)→미시령(11:05,통행료:3,000원)→삼포해수욕장(11:30)→가진 해수욕장(11:40)에 도착한다. 3시간30분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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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41, 가진 해수욕장 앞 바다(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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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41, 부부회집 >       

  지나온 삶의 이야기가 주름살 깊이만큼 진솔하게 이어진다. 장시간의 대화는 코 흘리던 시절부터, 손자 이야기 까지 광범위하다. 젊은 시절에는 각기 다른 분야에서 정신없이 살고 있어 대화가 단절되곤 했지만, 이제는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그칠 줄 모른다. 오랜만의 나들이는 날씨마저 도움을 주어 화창한 날씨이다. 끝없이 펼쳐진 해수욕장의 동해바다를 보는 순간 그동안 움츠렸던 가슴이 활짝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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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02, 주문한 자연산 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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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26, 시원한 물 회 >

  시원하게 느껴지는 바다 바람은 담아 두었던 근심과 걱정을 빼앗아 간다. 점심을 하는 식당은 2년 전 여름휴가 때 가족이 함께 와서 먹었던 부부회집이다. 반가움과 함께 자연산 회와 매콤한 물 회가 식욕을 돋게 한다. 밖에서 별도로 주문해서 나오는 회는 자연산으로 다소 비싼 가격이나, 제 값을 한다. 성게, 해삼 등 각종 생선회가 들어간 물 회에 국수를 넣어 먹는 맛은 기막히다. 국수 추가주문이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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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8, 얼큰한 매운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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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40, 메 뉴 판 >

  매운탕까지 먹고 나면, 일어나기가 힘들 정도이다. 회를 먹으면서, 지금은 고인이 된 절친했던 한 친구를 생각하며 잠시 옛날로 돌아간다. 생전에 어렵거나 좋은 일이 있으면, 늘 동해안에 놀러가서 회나 먹고 오자고 했다. 이렇게 동창들과 어울려 동해바다를 보며 회를 먹으니, 머리가 순수한 동심으로 돌아가 텅 비어 좋다. 이 멋에 오자고 했을 텐데, 한 번도 같이 해주지 못한 안타까움이 가슴속을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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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16, 건어물 가판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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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50, 화진포 호수에 도착 >

  친구들은 가정적이어, 가판대 물건이 텅 빌 정도다. 가는 세월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다. 이제는 맛있는 음식을 먹었으니, 최종목적지인 화진포(花津浦) 구경에 나선다. 고성 8경중 3경인 화진포는 호숫가에 해당화가 만발해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동해안 최대의 자연 호수로 둘레가 16Km나 된다. 갈대밭과 철새와 고니떼가 장관을 이루며, 화진포의 성(김일성별장), 이승만대통령 별장, 해양박물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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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50, 이승만 초대대통령 별장 입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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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50, 매표소(성인:2,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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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51, 별장 오르는 계단 >

  주차장에서 나오니 양쪽으로 큰 호수가 보이고, 이승만 초대대통령 별장 입구라는 안내표시가 안내를 한다. 역사안보 전시관 입장료(성인 3,000원)를 내고 계단을 통해 먼저 별장으로 오른다. 이 별장은 1954년 위쪽의 기념관 자리에 단층건물(스라브 27평)로 신축되었으나, 1960년 후 방치, 철거 되었던 것을 1999년 7월 육군에서 본래 모습대로 현 위치에 복원하여 이대통령 역사적 자료와 유품을 전시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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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54, 두 분의 생전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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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54, 당시의 집무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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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57, 기념관 전경 >

  두 분의 생전 모습인 밀랍인형을 보니, 어린 시절에 사진으로 보았던 대통령 내외분의 모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작은 집무실을 보고는 3년 전 가 보았던 청원군에 있는 청남대와는 차이가 많다. 1980년 전두환 대통령에 의해 지어진 청남대와 비교하면, 26년이라는 세월이 있기는 하지만 너무 검소한 집무실과 별장이다. 대통령 기념관은 2007년에 군(郡)과 육군에서 관사로 사용하던 건물을 보수하여 개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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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17, 숲속의 김일성 별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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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18, 금강 소나무 숲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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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19, 김일성 별장 측면 >

  전망이 좋은 숲속에 김일성 별장이 자리하고 있다.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동해안에 생육하고 있는 금강소나무 숲길로 오른다. 줄기가 곧고 붉은색을 나타내며, 나무껍질이 얇고 재질이 우수하다고 한다. 해안 절벽 위 송림 속에 우아하게 자리하고 있다고 하여 ‘화진포의 성(城)’으로 불리며, 1948년 이후에는 북한의 귀빈휴양소로 운영되어 김일성과 가족들이 묵고 간적이 있어 ‘김일성 별장’으로 더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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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27, 2층에서 본 호수가 산책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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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27, 2층에서 본 백사장 >

  어느 여행객은 "별장을 폭파해야지 왜 이대로 두느냐!"고 화를 낸다. 천안함 사고로 인하여, 북한에 대해 분통을 터트리는 국민들이 많아졌음을 느낀다. 2층에서 창문을 통하여 보는 호수가 산책로와 해수욕장의 긴 백사장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왼쪽에는 호수, 오른쪽은 옥색 빛깔의 바다가 있는 모래사장은 명사십리(明沙十里)에 버금가는 경치라 한다. 북한이 한국전쟁 후 이곳을 빼앗기고 얼마나 억울해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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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31, 옥상 전망대에서 본 광개토대왕 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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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상 전망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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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33, 화진포의 성 이야기 >

  앞에 보이는 섬은 거북이 형상을 하였다고 하여 금구도로 불린다. 장수왕 2년 광개토대왕이 서거하자, 시신을 섬에 안장하였다고 한다. 신라군과 잦은 분쟁이 있어 수비대가 왕릉을 지키고 있었다고 한다. 현재 섬의 성은 2중 구조로 정상부의 높이가 45m이며, 해안선을 따라 화강암으로 석축을 쌓았다고 한다. 화진포 성의 설명에 있는 김정일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고, 권력의 무상함과 세월의 빠름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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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35, 가을 동화 촬영지 홍보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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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36, 하얀 백사장 >

  드라마 가을 동화의 촬영지였다는 홍보물을 보면서, 오래전에 감명 깊게 즐겨 보았던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떠오른다. 끝없이 펼쳐진 백사장은 동해안에서 제일 모래 빛이 하얗기로 유명하여 여름이면 많은 피서객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식사하면서 보았던 가진 해수욕장과는 규모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 백사장 가까이는 옥색을 띄다가, 점차 멀리 바다로 나가면서 짙푸른 색으로 변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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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37, 이기붕 부통령 별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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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02, 해양 박물관 >

  이기붕 부통령 별장은 1920년대 외국인 선교사들에 의해 건축되었으며, 해방이후는 북한 공산당의 간부 휴양소로 이용되었다. 휴전 후 이기붕과 그의 부인 박마리아가 개인 별장으로 사용했다. 온가족이 자살로 인생을 마감해야 했던 비극이 희미한 기억 속에 있다. 해양박물관은 세계적으로 희귀한 각종 조개류, 갑각류 등을 전시한 패류 박물관과 어류 해저터널 수족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입장료는 성인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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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01, 백사장에서 파도와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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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12, 초도 항 안내판 >

  백사장으로 내려가 추억의 나 잡아봐!와 밀려오는 파도 따라 뛰어보기도 한다. 16시30분 화진포를 떠나 진부령(16:52)을 넘는다. 용대리 황태 덕장 매장이 있는 곳에서부터 왔던 방향을 역으로 상경한다. 10여 년 전 직장생활 하던 시절만 해도 오랜만에 만난 여친 들이 만나면 이름을 막 부르거나, ‘야~’‘너~’하면 어색하고 이상하더니, 이제는 그러한 호칭들이 정겹기만 하고 오래도록 불러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자신의 차로 종일 운전한 두 친구가 고맙고, 함께한 친구들 즐거웠습니다.







                                 ‘10. 05. 01. 화진포 여행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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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코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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