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걷는 서울 도보관광 코스 9번째는 옛 선인들의 흔적을 찾아 성북동 골목을 간다.「무소유」법정스님의 길상사, 누에 신에게 제사를 지냈던 선점단지, 미술사학자 최순우 옛집, 젓갈장수로 부호가 된 이종석 별장, 한용운 선생의 삶이 있는 심우장, 지금은「수연산방」찻집이 된 소설가 이태준의 고택 등 생소한 명소들이다. 경로는 최순우 옛집→선잠단지→길상사→이종석 별장→심우장→이태준가옥(수연산방) 순 이고(약 3시간 소요), 만남의 장소는 홍익대부속고 정류장이다.
< 서울 도보관광 전체코스 지도 >
< 9코스 경로 지도(출발지: 길상사) >
< 8:55, 4호선 한성대 입구역 6번 출입구 >
경로 상으로는 만남의 장소에서 길상사까지 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왕복 코스이다. 날씨도 더운데 무리라 생각되어, 다른 일정을 검색해보니, 길상사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그곳에서 출발하는 지도가 있다. 어차피 지하철 한성대 입구역 6번 출입구에서 버스를 타고 홍익대 부속고교 정류장에서 내리도록 했는데, 몇 정류장만 더 가면 길상사다. 오전에 일찍 마치려고 서둘러 8시에 집을 나서 한성대입구역에서 6번 출구로 나오니, 처음 보는「한중 평화의 소녀상」에 친구가 생겨 같이 있다.
< 8:57, 한중 평화의 소녀상 >
< 9:00, 버스 정류장에서 마을버스 2번을 타고 >
< 9:06, 삼각산 길상사 일주문 앞 하차 >
2011년 12월 종로구 일본 대사관 앞에 처음 건립된 소녀상(김운성씨 제작)은 이후 전국에 많이 세워졌다. 이곳 성북구 동소문동의 작은 쉼터에 세워진(2015. 10)한중 평화의 소녀상은 처음 본다. 한국인 소녀상은 김운성씨가, 중국인 소녀상은 판이췬 칭화대 미술학과 교수가 제작했다고 한다. 2번 마을버스로 여덟 번째 정류장(세 번째 정류장: 홍익대 부속고)이지만, 정류장간 거리가 짧아 6분 만에 도착한다. 옛날 대원각 시절 입구만 잠깐 보았는데, 당시 모습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 9:08, 길상사 경내 안내도(조감도, 사진을 클릭하면 확대 선명함) >
< 9:09, 관세음보살 상 앞에서 >
< 9:10, 극락전(極樂殿) >
1960~1980년대 말까지 밀실정치의 산실이었던 요정 대원각이 길상사라는 사찰로 변모되었고, 지금은 법정스님이 생전에 계셨던 곳으로 알려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서울의 명소가 되었다. 같은 성북구내에 있는 삼청각도 현재는 전통문화 공연장으로 바뀌어 있다. 안내도를 보고 경내를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돌기로 한다. 입구에 있는 관세음보살 상을 처음 멀리서 볼 때는 성당에서 보는 성모님 상처럼 보여 놀라기도 했다. 단청을 하지 않은 극락전(대웅전)이 단아하여 아름답다.
< 9:11, 적묵당(寂默堂, 침묵의집 ) >
< 9:12, 왼쪽 끝에 깊은 숲과 함께 작은 계곡이 >
< 9:14, 시주 길상화(吉祥華) 공덕비 >
옛날에 음식점으로 사용하던 한옥 건물이 개조되어 불상이 모셔진 본당으로 된 것 같다. 극락전 옆의 적묵당을 들리었다가 숲이 우거진 계단을 오르니, 계곡에 물이 흐른다. 계곡에는 시주 길상화 공덕비와 함께 공덕 내용이 설명되어 있다. 길상화의 본명인 김영한(金英韓, 1916~1999)은 1916년 민족사의 암흑기에 태어나, 16세에 뜻한바가 있어 진향(眞香)이란 기생이 된다. 1953년 중앙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1955년 성북동 배 밭골을 사들여 대원각이란 한식당을 운영했다고 한다.
< 9:20, 법정(法頂)스님이 머무르시던 진영각(眞影閣) >
< 9:22, 길상선원(吉祥禪院) >
< 9:27, 범종각(梵鐘閣) >
1987년 법정스님의「무소유」를 읽고 감명 받아, 7천여 평의 대원각 터와 40여동의 건물을 절로 만들어 주기를 청하였다. 1997년 법정스님으로부터 길상화라는 불명(佛名)을 받는다. 대원각은 송광사의 창건당시 이름인 길상사(吉祥寺)로 바뀌고, 1999년 유언대로 화장하여 길상헌 뒤쪽 언덕에 뿌려지고, 2001년 공덕비를 세웠다고 한다. 법정 스님이 머무르셨다고 하는 진영각에는 평소 사용하시던 유품들이 진열되어 있고, 그 중에서도 가장 편한 의자라고 하시었던 나무의자도 있다.
< 9:30, 길상칠층보탑(吉祥七層寶塔) >
< 9:42, 천주교 성북동 성당 >
< 9:49, 길거리에 있는 주요 포인트 지도 >
스님들이 참선.정진하고 계시니, 조용하라는 길상선원을 지난다. 범종각 아래에 있는 길상칠층보탑(吉祥七層寶塔)을 마지막으로 본다. 조선 중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7층 보탑은 지혜와 용맹을 상징하는 네 마리의 암수사자가 기둥 역할을 한다. 입을 연 두 마리는 교(敎)를 상징하고, 입을 다문 두 마리는 선(禪)을 상징한다고 한다. 다른 일정이 있어 구석구석 보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꽃 무릇이 장관을 이룬다는 가을에 다시 찾기로 하고 아쉬움을 달랜다.
< 9:51, 선잠단지(先蠶壇址)에 홍살문 까지 >
< 9:52, 잠긴 문틈사이로 찍은 뽕나무들 >
< 9:56, 최순우(崔淳雨) 옛집이 골목 안에 >
길상사에서 내려가는 길은 경사도가 심한 내리막이다. 일정대로 밑에서 보고 걸어 올랐더라면 더운 날씨에 고생 했을 것 같다. 길가에 아담하게 지어진 성북동 성당은 덤으로 들린다. 거리의 약도가 알기 쉽게 그려져 있다. 평지까지 내려와 있는 선잠단지(先蠶壇址)는 옷감 짜기가 중요한 시기로 왕비가 참여해서, 누에를 처음 치기 시작한 잠신(蠶神)인 중국 황후 서릉씨(西陵氏)에게 제사 지내며 누에 농사의 풍년을 빌던 곳이다. 현재는 그 터만 있고, 주변에 50여 그루의 뽕나무만 있다.
< 9:57, 입장해서 본 안채 모습(일요일과 월요일 휴관) >
< 10:00, 뒤뜰 정원의 모습(입장료는 무료) >
< 10:01, 뒤뜰에서 본 가옥의 모습 >
경로 상에 만남 장소인 홍익대 부속교교 정류장에서 만나, 첫 번째 가는 최순우 옛집을 간다. 건너편 신한은행 우측 골목(제일세탁 건물사이)안으로 가면 고택이 있다. 최순우[1916~1984, 혜곡(兮谷)]가 1976년부터 작고할 때까지 살던 집이다. 미술사학자이자 박물관 전문인으로 한국의 도자기와 전통목공예 분야에 한국 미(美)의 재발견에 힘쓰며 많은 업적을 남겼다. 가옥은 1930년 서울에서 유행하던「튼口자형」구조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서 시민성금으로 매입해 운영관리 한다.
< 10:09, 알바 한 서울 성곽 길(앞은 돈가스 거리) >
< 10:20, 보수 중으로 문이 잠긴 이종석 별장 >
< 10:24, 담장 틈사이로 본 별장 내 모습 >
성북초교 앞 갈림길에서 교통 안내 표시판은 왼쪽은 혜화동 로터리, 오른쪽은 삼청터널, 경복궁 방향이라 한다. 왼쪽 길을 택했더니, 서울 성곽길이 나와 이종석 별장을 묻자 대부분 모른다. 자신의 일처럼 애써 알아봐 주신 주민 덕분에, 내려와 오른쪽 길로 간다. 덕수 교회 옆 도로로 오르니, 언덕에 이종석 별장이 위치한다. 담장 및 석축 보수공사로 3.14~ 7.12까지 출입을 할 수 없다고 문이 잠겨 있다. 마포 젓갈 장수부터 시작하여 부호가 된 상인 이종석이 1900년대 지은 별장이다.
< 10:31, 만해 한용운 옛집 심우장(尋牛莊) 입구 >
< 10:33, 오르는 골목 안 언덕은 시간이 멈춘 달동네 >
< 10:34, 옛집 심우장(尋牛莊, 부분 보수 중) >
별장에서 나와 다시 오르면, 만해 한용운의 심우장 입구는 잘 조성되어 찾기가 쉽다. 오르는 경사 급한 골목 안은 세월이 멈춰버린 옛날 달동네 수준 그대로이다. 시인이자 독립 운동가이며 승려였던 만해 한용운이 3ㆍ1운동으로 옥고를 치른 후 거처가 없을 때 주위의 도움으로 마련한 곳이다. 그와 관련된 유품 및 그가 심은 향나무를 통해 독립운동으로 일관했던 한용운(1879~1944)의 삶을 되새길 수 있다. 안타깝게도 그는 조국의 광복(1945)을 목전에 두고 이 집에서 눈을 감았다고 한다.
< 10:35, 심우장(尋牛莊)내 사색의 공간 >
< 10:33, 일찍 와 문이 닫힌 이태준 가옥(수연산방) >
< 11:00, 북악스카이웨이의 팔각정 >
조선 총독부와 등지기 위해 북향으로 지었다는 한용운 시인의 거처이다.「소를 찾는다」의 뜻의「심우(尋牛)」는 깨달음에 이르는 10단계를 말한다고 한다. 여기서「님의 침묵」을 읊으며 지혜의 소를 찾아 마음의 여행을 떠나보라 한다. 심우당에서 올랐던 도로로 내려와 우측에 마지막 코스인 이태준 가옥(수현산방)이 있는데 문이 닫혀 있다. 일정상 아기와 함께 다닐 수 없어 중간에 참여한 딸이 핸드폰으로 검색해보더니, 11시30분 오픈 한다고 한다. 찻집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가 보다.
< 11:03, 팔각정에서 북한산 보현봉을 배경으로 >
< 11:31, 성북동 누룽지 백숙 맛 집 >
< 11:32, 누룽지 백숙 맛 집의 메뉴 >
차 한 잔을 마시면 일정이 끝남으로 뒤풀이는 맛 집에서 점심을 하려 했다. 순서를 바꿔 식사 먼저 하려고 인근의 누룽지 백숙 집으로 갔더니 이곳도 11시30분 이후 입장 가능하다. 시간을 보내기 위해 덤으로 북악스카이웨이로 팔각정에 오른다. 아내와 약혼식이 끝나고 올랐던 추억이 떠오르는 팔각정은 평일이어서 인지, 관광객이 전혀 없어 한가롭다. 세월 따라 옛날의 화려함도 사라진 것 같아, 우리의 삶도 비슷한 것 같다. 외손자와 함께 북한산 배경으로 사진 한 장 찍고 내려간다.
< 11:43, 주 메뉴 전에 나오는 서비스 메밀전 >
< 11:58, 주문한 누룽지 백숙 상차림 >
< 12:23, 다시 찾은 수연산방(壽硯山房) >
시간을 맞춰 왔는데도 순서 대기부에 이름과 주문음식을 쓰게 하더니, 순서대로 입장 시킨다. 서비스로 먼저 나오는 메밀전도 맛있고, 주 메뉴인 성북동 누룽지 백숙은 어떻게 삶았는지 맛이 기가 막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먹어 본 누룽지 백숙 중에서 제일 맛이 있는 것 같다. 점심시간인데도 많은 손님들이 찾아, 일찍부터 식당 안은 만원이다. 찻집도 만원이지나 않을까 걱정하면서 식사를 서둘러 마치고, 수연산방으로 갔더니 우리가족이 1등으로 도착한 손님이라고 한다.
< 12:24, 왼쪽의 사랑채와 서재도 차 마시는 장소 >
< 12:25, 오른쪽 안채 건물(우측 돌출된 방에서 차를 함께 마심) >
< 12:31, 고택의 안채에서 차를 기다리며 >
「달밤」,「돌다리」,「황진이」,「코스모스 피는 정원」등의 작가 상허(尙虛) 이태준(李泰俊)의 고택이다. 그가「수연산방」이란 이름을 짓고 한국현대소설의 주옥같은 작품들을 집필하던 곳이다. 한옥은 일반적으로 사랑채와 안채가 한 건물 안에 배치되어 있는 1900연대 개량 한옥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는 선생의 손녀가 개조하여 찻집(壽硯山房)으로 운영하고 있다. 제일 먼저 도착한 만큼 제일 좋은 자리에 앉아서 옛 선인들을 생각하며 우리의 전통차(커피는 없음)를 마신다.
< 12:38, 단호박빙수(10,500원), 미숫가루(8,500원) >
< 13:02, 앞 뜰 정원의 우물가 >
< 13:05, 뒤 뜰 꽃 속의 장독대 >
고풍스런 찻집으로 찻값은 다소 비싸지만, 전통의 맛을 음미할 수 있다. 우리세대가 어린 시절 느꼈던 아기자기한 집안 풍경들이 정겹다. 앞뜰의 우물하며, 뒤뜰의 장독대 등은 옛 향수를 불러온다. 9코스 마지막인 수연산방은 오후에 도착하도록 계획을 세워야겠다. 1시간이 남아 생각지도 않았던 팔각정을 승용차로 다녀 온 것을 제외하면, 식사와 차 마시는 시간 포함하여 3시간 소요되었다. 이번 코스는 모두 처음이었던 곳으로, 선인들의 검소한 삶을 느낄 수 있었던 좋은 여행이었다.
‘16. 6. 1(水). 성북동 일대의 옛집들을 돌아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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