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걷는 서울 도보관광 10번째는 슬픈 역사를 간직한 경희궁(慶熙宮)과 서대문 일대를 가는 코스이다. 지난주는 손자들과 남양주 다산 유적지와 생태공원에서 유익한 역사 공부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오늘도 손자들과 함께 지하철을 이용해서, 가까운 서대문 지역으로 역사 현장학습을 떠난다. 오전에 일이 있어 오후에 출발한다. 경로는 경희궁경교장한양도성홍난파가옥권율장군집터(딜쿠샤)독립문독립관서대문 독립공원 순이고, 소요시간은 약 3시간이다.

                       < 서울 도보관광 전체코스 지도 >

                     < 10코스 경희궁, 서대문 경로 지도 >

                   < 13:30, 5호선 지하철 서대문역 4번 출입구 >

  5호선 지하철을 이용하여 서대문역 4번 출입구에서 5분정도 걸으니 경희궁 정문이다. 먼저 가게 되는 경희궁은 서울에 있는 조선 5대 궁궐(4대궁: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중 하나지만,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경복궁, 창경궁과 함께 3대궁으로 꼽힐 만큼 규모가 컸으나, 일제 강점기에 궁궐은 허물어지고 일본인 자식들을 위한 경성중학교가 세워지는 수난의 길이 시작되어 축소되었다. 해방 이후에는 서울 중. 고등학교가 들어섰다가, 1980년 서초동으로 이전한다.

                < 13:36, 경희궁 정문인 흥화문(興化門) >

            < 13:37, 서울 중.고등학교 터였음 알리는 표시석 >

          < 13:38, 흥화문을 지나 행각으로 둘러싸인 숭전전으로 >

  부지는 현대건설에 매각되었으나, 서울시가 경희궁지 발굴을 거쳐 궁궐일부를 복원한 뒤에 2002년부터 공개하여 현재에 이른다. 7년 전(2009.5)야간에뮤지컬 대장금공연을 보러 처음 경희궁에 갔었는데, 무대가 있었던 숭정전만 보고 나온 것이 전부다. 이번에 함께 궁 전체를 돌아 볼 수 있어, 아이들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역사 공부의 계기가 된다. 흥화문(입장료 무료)을 지나니, 숲 속 아래 행각으로 둘러싸인 숭정전(崇政殿)으로 들어가는 숭정문(崇政門)이 저 멀리서 반긴다.

                      < 13:40, 숭정문(崇政門) >

                < 13:41, 정전(正殿)인 숭정전(崇政殿) >

                  < 13:42, 숭정전(崇政殿) 앞에서 >

  광해군은 창덕궁을 흉궁(凶宮)이라고 꺼려, 인왕산 아래에 인경궁(仁慶宮) 공사를 시작한다. 공사 중에 새문동(塞門洞) 정원군(대원군의 이복동생)의 집터에 왕기(王氣)가 있다는 설이 있자, 이를 누르려고 궁궐을 또 짓게 한 것이 경덕궁(慶德宮)이다. 조선 후기 이궁(離宮)이었던 경희궁은 1617년부터 짓기 시작해 1623(광해군 15) 완성되었다. 1623년에 일어난 인조반정으로 인경궁은 중지되어 헐리고, 경덕궁에 들어가지도 못한 광해군은 정원군의 장남 인조에게 왕위를 물려준다.

                     < 13:43, 숭정전(崇政殿) 실내 >

                      < 13:45, 자정문(資政門) >

                  < 13:46, 숭정전 뒤의 자정전(資政殿) >

  숭정전(崇政殿)은 국왕이 신하들과 조회를 하거나 궁중연회, 사신접대 등 공식행사를 행하였다. 경종, 정조, 헌종 등 세 임금이 이곳에서 즉위식을 했다. 영조는 경덕궁이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의 시호인 경덕(敬德)과 발음이 같다하여 경희궁으로 바꾸었다. 인조 이후 창덕궁과 창경궁을 도성의 동쪽에 있다고 동궐(東闕), 경희궁을 도성의 서쪽에 있다고 서궐(西闕)로 불렀다. 자정전은 경희궁의 편전으로 국왕이 신하들과 회의를 하거나 경연을 여는 등 공무를 수행하던 장소이었다.

                    < 13:48, 자정전 옆의 태령전(泰寧殿) >

                          < 13:49, 서암(瑞巖) >

                  < 13:52, 숭정전 앞의 삼도(三道)와 품계석 >

  영조의 어진이 그려진 1744(영조 20)에 태령전을 중수하여 어진을 보관했다. 일제 때 파괴되었다 복원된 태령전의 현판은 한석봉의 글씨를 집자(集字)하여 만들었다. 암천으로 불리는 기이한 모양의 바위는 속에 샘이 있어, 예로부터 경희궁의 명물이었다. 일본 강점기에 학교로 사용하는 등 대부분 철거되어 흔적조차 찾아 볼 수 없었던 궁궐을 축소된 규모라도 볼 수 있어 다행이라 하면서도 마음은 좋지 않다. 다음코스 경교장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돈의문(敦義門)터 역시 마찬가지다.

                       < 13:58, 돈의문(敦義門) 터 표시 >

                  < 14:00, 강북삼성병원 안의 경교장(京橋莊) >

                     < 14:07, 전시실 내부를 돌아보고 >

  돈의문은 성곽의 4대문중 하나로 서쪽에 있다 하여 서대문이라 불렀다. 원래는 태조 5(1936)에 사직단 부근에 있었으나, 그 후 도성을 고치면서 남쪽으로 옮겨 세종4(1422)에 이지점에 세웠다하여 새문, 신문(新門)이라고도 했다. 1915년에 일제의 도시 계획에 따른 도로 확장 공사로 철거되고 지금은 터 만 있다. 강북 삼성병원 안에 있는 경교장은 임시정부의 주석이었던 백범 김구선생이 1945년 중국에서 돌아온 이후 19496월 암살당할 때까지 집무실과 숙소로 사용했던 건물이다.

                    < 14:11, 임시정부 시절 집무실 모습 >

                 < 14:17, 병원을 나오니 이정표가 길을 안내 >

                     < 14:21, 복원된 서울 성곽이 >

  슬리퍼로 갈아 신고 입장하면 1층서 영상보고, 지하1층부터 지상2층까지 관람하도록 유도한다. 3년 전 중국 상해 여행시 일정에도 없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가이드한테 부탁하여 어렵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당시 선생의 흉상 앞에 묵념을 올렸는데, 이곳도 집무실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손자는 육군 소위이자 주한 미군방첩대(CIC)요원인 안두희의 흉탄에 맞아 서거할 때 입었던 피 묻은 적삼이 전시된 것을 보고 감명 받았다고 한다. 병원을 나와 이정표를 따라 서울성곽과 같이 간다.

            < 14:38, 홍파동(紅把洞)의 홍난파(洪蘭坡) 가옥 >

                    < 14:44, 권율(權慄) 도원수 집터 >

                   < 14:45, 권율 도원수 집터 표시석 >

  강북삼성병원부터 이어지는 서울 성곽길은 4코스(인왕산 구간)에 해당되어, 작년 이 때쯤(5.17) 트레킹 했던 낯익은 길이다. 붉은 벽돌의 예쁜 가옥은 1930년대 독일 선교사가 지은 벽돌조 서양식 주택으로 특성이 잘 보존되어 있다. 홍난파 선생이 인수하여 살면서고향의 봄등 많은 작품을 작곡했다고 한다. 집 앞 월암 공원 작은 쉼터에서 행동식을 하며 쉬어간다. 바로 올라가니 가까운 거리에 임진왜란 때 행주대첩에서 승리하여 큰 공을 세운 권율(15371599) 장군의 집터가 있다.

             < 14:46, 이주 문제로 흉물스럽게 변한 딜쿠샤 >

                 < 14:52, 인왕산 등산로 입구 >

          < 14:53, 등산로 입구 로터리에서 할머니슈펴 왼쪽 길로 >

  장군께서 심었다고 전해지는 420년 된 은행나무가 종로구 보호수로 자라고 있다. 옆에 있는 빨간 벽돌조 건물딜쿠샤3.1운동 소식을 전 세계에 알린 UPI통신사 특파원 알버트 테일러가 일제에 추방되기 전(1942)까지 가족과 함께 살았던 집이다. 딜쿠샤는 힌두어로이상향,행복한 마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서울 성곽길이자 인왕산 등산로 입구인 작은 로터리는 마을버스도 다니고, 7-일레븐과 슈퍼들이 있어 아이들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할머니 슈퍼 좌측 길로 내려간다.

                  < 14:59, 급경사 내리막 골목길 >

               < 15:01, 고가 교차로 우측에 독립문이 >

                    < 15:09, 독립문(獨立門) >

  권율 장군 집터에서는 막다른 골목이어 어떻게 독립문까지 찾아가나 걱정했다. 되돌아 나와 가던 방향으로 직진하니, 인왕산 등산로 입구가 나와 1차 안심한다. 주민에게 길을 물어 급경사 골목길로 내려가니 고가 교각 밑으로 독립문이 보여 예상보다 쉽게 찾았다고 2차 안도한다. 독립문은 1897년 독립협회가 국민 모금을 통해 세운 높이 14.28m, 너비 11.48m의 석조문이다. 원래는 중국사신을 영접하는 사대외교의 상징인 영은문(迎恩門)이었으나, 이를 허물고 독립의 의지를 되새겼다.

                      < 15:14, 서대문 독립공원 표시 >

                       < 15:15, 송재 서재필 선생 동상 >

                         < 15:16, 독립관(현충사) >

  서대문독립공원은 광복(1945.8.15.)이 될 때까지 수많은 애국지사와 1960년대 정치적 변동기에 시국사범들이 수감되었던 서울구치소였다. 198711월 경기도 의왕시로 옮겨감에 따라 감옥 7, 사형장, 여자감옥 등을 복원하고, 탑골공원에서 3·1운동 기념탑을 이전하고, 1992815일 독립문과 연계하여 113,022(34,180)규모의 독립공원으로 조성되었다. 개화운동가 이시며 독립운동가신 송재 서재필 선생의 동상이다. 독립관은 조선시대 중국 사신들을 영접하던 모화관이었다.

            < 15:19, 측면서 본 옛 서대문형무소(西大門刑務所) >

             < 15:21, 옛 서대문형무소 정문(매표소는 안에) >

                     < 15:23, 형무소 역사 전시관 >

  독립협회에서 건물을 개수해 독립관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일제에 의해 철거되었다가 옆으로 장소를 옮겨 복원(1996)하여 그 내부에 순국선열 위패 2,327위가 봉안되었다. 일제의 침략에 맞서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을 하다 순국하신 애국지사들의 고귀한 넋을 기리고자 서대문구에서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별도로 관리 운영하고 있다. 입장료는 성인 3,000, 청소년 1,500, 어린이 1,000원이다. 오래 전(2014.9)에 안산(鞍山, 296m)을 등산하고서 처음 들렸던 곳이다.

                < 15:46, 형무소 내의 옥사의 모습 >

 

           < 15:48, 정치적 변동기 시국사범들의 옥사 >

                < 15:51, 언덕 위의 한센 병사 >

  역사전시관은 우리 민족의 수난과 고통을 상징하였던 서대문 형무소를 보존. 전시 하는 박물관이다. 고난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의지로 독립과 민주화를 이뤄 낸 투쟁의 역사가 담겨 있는 현장이다. 전시관 1(형무소 역사실)전시관 2(민족 저항실)전시관 지하(지하고문실, 영상체험실)중앙사(간수사무소)옥사(독립운동가, 민주화운동가들의 수감된 감옥)등의 순서로 실내를 살펴보고 밖으로 나온다. 한센 병을 앓고 있는 수감자들을 격리 수용하기 위해 지어진 옥사이다.

                   < 15:52, 여러 옥사의 건물들 >

                < 15:54, 사형장과 통곡의 미루나무 >

               < 16:03, 수감자 운동장인 격벽장(隔璧場) >

  1923년 사형장 건립당시 식재되었던 미루나무와 옆의 사형장 건물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애국지사들이 마지막으로 이 나무를 붙잡고 조국의 독립을 이루지 못하고 생을 마감해야 하는 원통함을 통곡했다고 하여 통곡의 미루나무라고 이름 지었다. 수감자 상호간에 대화를 방지하고 감시를 용이하도록 여러 개의 칸막이벽을 만들어, 각안에 수감자들을 분리 수용하여 운동시켰던 시설이다. 1920년대에 지어졌다가 1988년 철거 되었던 것을 2011년 복원하였다고 한다.

                  < 16:04, 별도의 여옥사(女獄舍) >

             < 16:10, 옛 서대문 형무소 관람을 마치고서 >

            < 16:20, 지하철3호선 독립문역에서 귀가 길에 >

  일제강점기에 유관순을 비롯한 여성 독립 운동가들이 수감되었던 감옥(1918~ 1979)으로 해방 후 까지 사용되다 철거 되었다. 1990년 발굴을 통해 여옥사 터와 지하공간을 발견하고, 2009년 원 설계 도면을 토대로 복원했다. 경희궁, 경교장, 서대문형무소 등은 일제 강점기에 겪었던 우리의 슬픈 역사지만, 손자들에게는 학교나 유치원에서도 가보지 않았던 역사 체험을 시켜주어 기쁘다. 2시간50분의 짧은 역사 공부를 끝내고, 3호선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는 길에 집근처 중국집에서 아이들이 원하는 짜장면으로 간단하게 뒤풀이를 한다.

  

                                 ‘16. 6. 4(). 경희궁과 서대문 일대를 다녀와서...

 

Posted by 프코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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