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 시 : 2021년 11월 5일 (金)
2) 트레킹코스: 도화공용터미널→도화면사무소→천등산임도→천등산철쭉공원→딸각산정상갈림길
→고로쇠나무조림지→천등비파농원→천등마을→크로바농원→백석마을회관
3) 트레킹시간: 4시35분~9시38분(47분 조식,휴식포함 5시간 3분), 15.7km
4) 트레킹인원: 좋은사람들 산악회 28인승 버스(아내와 함께), 난이도: 보통
5) 날 씨 : 맑 음
6) 트레킹 후기
10년 전 등산을 시작하면서 100대 명산 완등에 도전하여 열심히 다닐 때는 무박 산행을 몇 번 다녀왔다. 세월이 흐른 뒤에 남파랑길 완주에 도전하고 있는데, 일부 산악회에서는 거리가 멀어 왕복하는 시간이 더 걸리기에 당일 보다는 무박 트레킹을 실시하고 있다. 전반부는 하루에 한 코스씩 가는 산악회로 트레킹을 하지만, 개별적으로 떠나는 후반부는 2~3박 여행을 겸해 간다. 시점과 종점이 대부분 농촌인 경우는 대중교통과 숙소가 여의치 않아 좋은 방법을 모색 중에 있다. 그동안 체력의 한계 때문에 회피하여 온 무박 트레킹을 신청한다.
< 남파랑길 고흥 69코스 안내 개념도(사진을 클릭하면 확대 선명함) >
< 고흥반도 12개 코스 개념도(사진을 클릭하면 확대 선명함) >
< 10월31, 68코스마치고 찍은 남파랑길 고흥 69코스 출발 안내도 >
산악회 버스가 자정에 양재역을 출발하자, 만석을 이룬 산우들은 모두 잠을 청한다. 순천시 황전면에 위치한 황전휴게소(2:55~3:10)에서 15분 쉬고는 고흥반도의 최남단에 위치한 도화면 당오리(堂梧里) 도화버스터미널에 도착(4:30)한다. 버스에서 잠을 자고 왔다고는 하지만,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해 피로가 풀리지 않아 몸이 무겁다. 5일전 개별적으로 2박3일 여행을 겸한 트레킹 일정으로 와서, 68코스를 최종으로 마친 곳을 다시 찾았다. 칠흑 같이 어두운 밤이다 보니, 터미널 100m 전에 있는 69코스 시점 안내도는 지난번 사진으로 대체한다.
< 10월31, 68코스를 마치고 찍은 69코스 시점 도화버스 터미널 >
< 오늘 새벽 4:35, 69코스 출발 도화버스 터미널 >
< 4:41, 면사무소 입구 지나 마을 앞을 >
터미널에서 준비를 마치고 출발하는데, 무박에 익숙해진 산우들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쏜살같이 튀어 나간다. 터미널로 오던 방향으로 직진하면, 도화면 사무소가 위치하고 있다. 주변에 아침식사를 하는 식당이 있으면 잠깐 들려 먹고 가려고, 두리번거리고 찾아봐도 없다. 헤드랜턴 불빛에 의해 가다보니, 시야가 좁아져 주위가 보이지 않는다. 사진을 찍으려 해도 피사체가 어두워 정확하게 맞춰 찍기가 어렵다. 익숙한 산우들은 손에 쥔 후레쉬를 비추면서 찍으니, 다음에 시도해 봐야겠다. 상가 거리를 지나, 마을들이 있는 주택가를 걷는다.
< 4:49, 차도에 있는 남파랑길 이정표(시점:1km, 종점:14.7km) >
< 4:51, 천등산 철쭉공원 및 기타 관광지 안내판 >
< 5:08, 차도에서 마을도로로 진입해 걸어 >
헤드 랜턴을 10여년 만에 사용하다보니, 익숙하지 않아 자꾸 불빛이 흐려지고 잘 보이지 않는다. 옆에 지나는 사람들은 밝게 비추면서 빨리도 가는데, 앞이 잘 보이지 않으니 답답하다. 왜 그럴까 고민을 하다가 안경을 벗어 보았더니, 마스크를 쓰고 찬 공기를 맞아 안경에 김서림이 발생했던 것으로 계속 안경을 벗고 간다. 위험구간(0.2km) 표시가 있는 차도의 이정표는 이제 겨우 1km밖에 안 왔다고 알려준다. 아름다운 철쭉으로 유명한 천등산 홍보와 기타 관광지 안내판이 눈길을 끈다. 마을도로로 바뀌면서 주위에 가로등이 없어 더 어둡다.
< 5:14, 갈림길에는 두개의 이정표(천등산철쭉공원:4.6km, 시점:3km) >
< 5:17, 다시 차도로 나와 걸어 >
< 5:27, 천등산 오르는 임도가 시작되며, 별빛이 길을 안내 >
주위가 어두운데 이렇게 새벽부터 걸어야 하는 것이 의미가 있느냐고 자문을 한다. 일장일단이 있어, 장점으로는 서울에서 장거리인 이곳까지 왕복 10시간 걸려 내려와서 4~5시간 걷고 올라가는 것은 비경제적으로 이를 해결하는 점이다. 단점은 더욱 동절기인 지금은 2시간 이상을 어둠속에 길만 보고 걷는 것이다. 갈림길에 일반 이정표와 남파랑길 이정표가 각각 세워져 있다. 천등산철쭉공원까지는 4.6km이고, 출발 지점으로부터 3km 왔다고 한다. 불광사 표지판(5:15)이 있는 차도에서 천등산 오르는 임도로 바뀌더니 고도를 올린다.
< 6:11, 천등산 임도에는 남파랑길 리본이 곳곳에 >
< 6:14, 오르다가 한숨 돌리며 출발 장소를 뒤돌아보고 >
< 6:29, 임도는 지그재그로 돌면서 오르고 >
불광사 입구 인근부터 동네 명칭이 도화면 당오리에서 신호리로 바뀐다. 뒤따라오던 산우들은 하나 둘 추월하여 가고, 숨찬 발걸음은 점차 무디어 간다. 천천히 걸으며 밤하늘을 보니, 수많은 별들이 쏟아지는데 오랜만에 보니 감동적이다. 천등산 등산로가 아닌 임도로 올라오니 다행이고, 스틱을 꺼내 짚으니 한결 부드럽다. 곳곳에 남파랑길 리본이 길을 인도하고, 잠시 쉬어 가면서 출발했던 면소재지 방향을 바라보니 불빛들이 보인다. 임도는 차들이 쉽게 오를 수 있도록 일직선으로 길을 내지 않고 지그재그로 돌아가면서 오르도록 한다.
< 6:37, 능선마루(철쭉공원)를 앞두고 급경사 오르막 >
< 6:40, 동쪽 산 능선 너머로 동이 트고 >
< 6:41, 철쭉공원 광장(주차장)에 도착 >
급경사 오르막을 올랐더니, 우리 부부에게는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 능선 마루에 도착한다. 동쪽 하늘을 보니 능선 봉우리 너머로 붉게 동이 터 오기 시작한다. 산악회 리딩대장은 코스 설명시 부지런히 오르면, 코스를 벗어나 있는 천등산(天登山, 554m) 정상에서 일출을 볼 수 있다고 다녀오라 하였다. 그러나 천천히 오르다 보니 후미로 처져, 동이 트고 있으니 포기할 수밖에 없다. 철쭉공원 광장 입구에는 화장실도 있고, 안쪽에는 차들도 주차해 있는 주차장이다. 차 옆에 텐트가 처진 것을 보면, 운전해 올라와 이곳에서 숙박하고 있다.
< 6:43, 철쭉공원 전망대 오르는 계단 >
< 6:42, 전망대 맞은 편 봉우리 오르는 입구에 천등산 안내도가 >
< 6:47, 철쭉 광장 포토 존에서 전망대 배경으로 >
앞서 온 산우가 광장 양쪽에 있는 봉우리를 번갈아 오르내리면서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어느 쪽이 정상으로 가는 길인지, 정상까지의 거리는 얼마가 되는지 이정표나 다른 표시가 없다. 가깝다면 일출을 보지 못하더라도 가 볼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포기하고 포토 존을 배경으로 인증 샷을 찍고 하산 준비를 한다. 광장의 안내문에 의하면, 천등산은 풍양면, 도화면, 포두면 3개면에 걸쳐있는 산으로 암릉과 남해바다 조망이 좋다. 봉우리가 하늘에 닿는다 해서「天登」, 스님들이 정상에 올라 천개의 등불을 바쳤다해「天燈」이라고도 한다.
< 6:58, 반대편 방향으로 하산을 >
< 7:00, 송정리 천등마을의 송정2 저수지와 바다 조망 >
< 7:13, 천등산과 딸각산(월각산) 정상가는 갈림길 >
반대편 하산 길은 도화면에서 풍양면으로 바뀌고, 내려오면서 보는 다도해의 풍광이 아름답다. 하산지점 천등마을의 송정2 저수지도 조망된다. 광장에 없던 정상가는 이정표가 내려와 있다. 천등산 정상(1.3km)가는 이정표와 반대편 방향의 딸각산(月角山, 429.3m)정상가는 이정표가 있다. 바위를 밟고 오르면「딸각딸각」소리가 난다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옛 기록에는 월각산(月角山)이라 표기되어 있다.「딸각」이「달각」으로,「달각」이「월각」으로 변한다. 천등산의 정상에는 봉수대가 있고, 남해 바다의 조망이 탁월하다고 한다.
< 7:16, 굽이굽이 돌아가는 임도 아랫길 >
< 7:20, 암릉 뒤편에 천등산 정상이 있는 듯 >
< 7:29, 풍양사동마을 갈림길 이정표 >
굽이굽이 돌아가는 임도에는 남쪽이다 보니 늦게 단풍들이 곱게 물들어 아름답다. 천등산을 올라 올 때는 깜깜해 아무것도 안 보였지만, 내려 갈 때는 날이 밝아 두루 돌아보며 간다. 우측에 병풍처럼 둘러싼 암릉이 보이는데, 그 뒤편에 가지 못한 천등산 정상이 있는 듯하다. 임도 주변에 긴 젓가락 같은 묘목들을 많이 심어 놓았는데, 제대로 잘 자라 언제 나무 역할을 할지 궁금하다. 고로쇠나무 조림지(7:26)에는 9,000평의 면적에 9,000본을 심었다는데 채취가 가능할 정도로 컸다. 풍양사동마을 갈림길을 지나 천등마을로 내려간다.
< 7:44, 천등 비파농원 입구 >
< 7:57, 송정리(松亭里) 천등(天燈)마을 입구(마늘 밭) >
< 8:00~8:47, 골목 안쪽에 있는 정자에서 아침식사를 >
천등비파농원 입구를 지나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에서 아침을 여는 개짓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주변의 넓은 밭에 심어진 마늘이 이제 새순이 나와 푸른데, 월동을 하여 내년 5~6월에 수확을 한다고 하니 안쓰럽다. 코스 따라 마을 골목을 지나는데 우측 안쪽에 마을 정자가 있어 준비한 아침식사를 한다. 도화면 소재지이기에 아침식사 가능한 음식점이 있으리라 생각하면서도 혹시 몰라 준비했는데 잘하였다. 정자에는 동네 주민들이 모여 공동취사도 하는지 모든 주방기구가 다 있다. 젓갈 종류의 싫은 냄새가 나 참기 어려웠다.
< 8:49, 집 담장에 탐스럽게 열린 유자 >
< 8:50, 마을을 한 바퀴 돌아서 우측으로 >
< 8:53, 마을을 벗어나 풍남로 차도 아랫길로 >
고흥지역을 거닐다 보면, 넓은 밭, 집 모퉁이, 담벼락 등 공간만 있으면 노란 유자가 탐스럽게 열린 풍경을 보고는, 이 고장의 특산물이 유자임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동네 어귀에서 마을 우측으로 가도 되는데, 마을을 한 바퀴 돌게 하더니 우측으로 벗어나라고 한다. 위험한 차도에서는 이를 벗어나기 위해 마을 도로나 농로 그리고 산으로 우회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마을을 벗어나 농로 따라 거닐어, 풍남로 차도 아랫길(이정표: 종점까지 2.8km, 40분)로 간다. 차들이 질주하는 도로 아래 농로 따라 한동안 함께 나란히 간다.
< 8:54, 차도 아래 마을길 따라 >
< 9:00, 차도를 만나자 다시 좌측 마을길로 >
< 9:04,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차도로 >
이정표에 의한 남은 거리가 2.8km라고 하니, 주어진 시간 안에 무난히 두 코스를 마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안정된다. 다음 코스 종반에 힘겹거나 시간이 없으면 택시를 호출하려고 전화번호까지 알아 왔다. 4시30분에 출발해 15시30분에 마감한다고 하여, 11시간30분이 주어지니 무난하게 걸을 수 있는 시간이다. 미국 속담에「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가 있듯이 어두운 새벽부터 걸었더니, 언제 걸었나 싶다. 마을도로에서 차도로 나오자마자 좌측 임도로 오르더니, 얼마 되지도 않아 다시 차도로 나오는 등 신경을 많이 썼다.
< 9:05, 차도에서(이정표: 종점, 2.1km) 왼쪽 마을길로 >
< 9:12, 마을 길 옆에는 축사들이 >
< 9:18, 크로바 농원의 축사 입구 >
종점이 2.1km 남았다고 알리는 이정표 앞에서 풍남로를 벗어나 좁은 마을길로 진입한다. 백석골 농로가 길게 이어지면서 동네의 이름도 풍양면 매곡리(梅谷里)로 바뀐다. 마을 길 옆에는 대형 축사들이 보이는데, 안에는 한우들이 자라고 있다. 지난 코스부터 많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은 남쪽 최남단에 있어 기후가 따뜻하고, 주변에 논들이 많아 볏짚 사료인 사일리지(Silage)를 구하기 쉬워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크로바 농원 축사 정문에는 유자 유기농 명인, 한우개량 명인, 전국 한우 능력 평가대회 대통령상 수상 홍보도 하고 있다.
< 9:25, 많은 나무에 유자가 열린 밭을 지나 >
< 9:33, 69코스의 종점인 백석마을이 보이고 >
< 9:37. 백석 버스 정류장과 마을회관 >
유자나무가 많이 심어진 밭을 지나자, 코스의 종점인 풍양면 매곡리 백석(白石)마을이 보인다. 아침이어서 그러한지 문이 잠겨 있는 마을회관 앞에는 버스정류장과 쉼터 정자가 있다. 매곡리(梅谷里)마을의 유래는 뒷산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면, 삼면은 백사장이고 마을에는 매화꽃이 활짝 피어 구름 위에 학이 나는 듯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밤새 버스를 타고 와서 피로한데도 2시간여 어둠속을 걷는 것은 쉽지 않았다. 천등산 정상까지는 못 오르고 철쭉 광장(400m정도 예측)만 넘어 왔는데, 임도의 경사가 심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 9:38, 69코스 종점, 70코스 시점 안내판 앞에서 >
< 매 코스마다 80% 달성하면 핸드폰 앱으로 오는 축하메시지 >
< 남파랑길 69코스 배지 획득이력 캡처 >
어두운 새벽에 시작을 해서 한 코스를 마쳤는데도 10시가 넘지 않았다. 다음 70코스의 거리는 이번 코스보다도 거리가 짧아(13.3km) 여유가 있다. 69코스 종점이자 70코스 시점인 안내판 앞에서 인증 샷을 찍고 팔각정에서 쉬어 가기로 한다. 이번 남파랑길을 걸으면서 제일 즐거운 시간은 매 코스마다 80% 달성하면 핸드폰 앱으로 오는 축하메시지를 받는 순간이다. 해파랑길을 걸을 때는 핸드폰 앱을 사용하지 않고, 알바도 트레킹의 일부이기에 재미와 추억이 된다고 생각했다. 이번 남파랑길에서는 앱 지도를 보고 가니 알바 할 염려가 없다. 정자에 앉아 쉬는데 졸음이 쏟아져, 다소 쌀쌀하지만 30분정도 눈을 붙인다.
'7) 둘 레 길 > ⑥남파랑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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