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업도를 다녀오는 길은 생각보다 힘든 여정으로 오래 기억 속에 남을 추억이 된다. 어렵게 하는 첫째 요인은 직접 다녀오는 배가 없어, 대부도 또는 인천 연안부두에서 출발하여 덕적도에 도착한 후에, 덕적자도(문갑도-굴업도-백아도-울도-지도)를 가는 배로 환승하는 점이다. 3개 선사가 각각 틀리다 보니, 연결 시간이 맞지 않아 버려지는 시간이 많다. 둘째는 어느 섬이든 마찬가지지만, 굴업도는 기상 상태가 나쁘면 한번(주말과 공휴일은 두번)운항하는 배가 취소되면 난감한 점이다.

                      < 덕적면 굴업리 굴업도 안내도 >

               < 16:29, 반대편에 있는 연평산(128m)의 암봉 >

             < 16:37, 7경인 붉은 모래해변(해변 끝은 덕물산) >

  숙소의 출입구 벽에는 굴업도의 12경 사진과 지도가 부착되어 있다. 1경 굴업도 옛 숲길/ 2경 선단여 삼형제 바위/ 3경 큰말 해변/ 4경 목기미사빈과 사구/ 5경 덕물산 팽나무 언덕과 암봉/ 6경 연평산 소사나무 숲/ 7경 붉은 모래 해변/ 8경 작은말 사구습지/ 9경 코끼리 바위/ 10경 개머리 초지/ 11경 낭개머리 / 12경 토끼섬의 해식지형/ 모두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1부에이어 2부의 시작은 덕물산 반대편 연평산을 오르기 위해 붉은 해변 위 능선으로 간다.

            < 16:41, 물 빠진 안쪽 해안의 코끼리바위, 바깥은 목기미해변 >

                  < 16:43, 6경인 연평산 소사나무 숲 풍경 >

              < 16:57, 두 번째 봉우리, 정상아래 암릉 구간(로프) >

  덕물산 정상부터 해무가 굴업도의 작은 섬을 감싸기 시작한다. 굴업도는 크게 동섬과 서섬(본섬)으로 나눠진다. 목기미해변을 기준으로 덕물산과 연평산 그리고 코끼리바위가 있는 섬은 동()섬이며, 마을과 개머리언덕이 있는 섬을 서(西)(본섬)이라 한다. 연평산을 오르면서 내려다보니, 동섬 끝부분에 하산하면서 보기로 한 코끼리바위가 있다. 연평산도 두 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오르기는 덕물산보다 편하다. 정상 직전에는 짧은 구간의 암릉도 있어 로프를 잡고 오른다.

                   < 17:05, 연평산(해발 128m) 정상에서 >

           < 17:29, 하산해 해변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사막 같은 사구 >

               < 17:31, 해변에 있는 제9경인 코끼리바위 >

  덕물산 오를 때에 힘들어서 연평산은 오르지 않으려 했는데, 올라와보니 조망이 멋지게 펼쳐져 굴업도의 풍경을 모두 보여준다. 다만 해무가 시간이 갈수록 짙어지며 심술을 부린다. 하산하여 코끼리바위로 가는 계곡은 거센 바람이 만들어 낸 사막 같은 해구가 조성되어 있다. 100여 년 전에는 민어가 많아 수많은 어선들이 모이고 마을도 성시를 이뤘다고 한다. 자연의 변화로 섬에 모래가 쌓이기 시작하면서 물고기들은 찾아 볼 수가 없고, 주민들은 모래밭에 땅콩을 심어 생활했다고 한다.

                   < 17:33, 바닷물이 빠진 코끼리바위에서 >

             < 17:36, 갯벌을 가로질러 가다가 바위에서 고동을 잡아 >

             < 18:16, 안개 낀 마을의 숙소로 돌아와(입산금지 안내문) >

  지금은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모래가 쌓여 땅콩 밭도 찾아보기 힘들고, 해마다 숲속으로 조금씩 사막화되어 가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주민들도 이제는 숙박을 하는 민박집으로 바뀌어 있다. 주민들의 삶을 영위하던 업종이 어업에서 농업 그리고 이제는 숙박업으로 전환되었다. 바람과 바닷물이 만들어 낸 작품인 코끼리바위는 물이 빠져서, 가까이 다가가 까칠까칠한 코도 만져 본다. 갯벌을 가로 질러 가다가 바위에 붙어있는 고동 등을 20여분 잡는 즐거운 체험을 하고는 숙소로 온다.

               < 18:17, 숙소 옆에 천주교 인천교구 굴업도 공소 >

            < 19:10, 풍성한 야채와 맛있는 삼겹살 파티의 석식 >

           < 20:23, 목기미해변 옆 갯벌에서 잡은 고동을 삶아 후식으로 >

  굴업도 곳곳에 표시된 입산금지 안내판이 신경을 쓰이게 한다. 국내 대기업이 섬의 대부분을 매입하여 개발한다는 사업적인 문구의 안내문이다. 머지않아 이 아름다운 섬도 자유로이 드나들 수 없게 될 듯싶다. 짙은 안개로 개머리 언덕에 올라 일몰을 보려던 일정을 포기하고, 내일 일출은 볼 수 있게 안개가 걷히기를 기원해 본다. 산행에서 늘 음식을 잘해 쉐프(Chef)란 별명을 가진 지인이 장 보아온 재료로 밥상을 차린다. 단골집에 주문해 제일 맛있는 부위로 가져 온 삼겹살 파티이다.

               < 22:00, 3~4인용 룸에서 취침(룸당: 50,000) >

                < 5:04, 개머리언덕 들머리 숲속으로 올라 >

           < 5:11, 10경 개머리 언덕 초지에는 꽃사슴들이 노닐고 >

  물이 빠져야 건널 수 있는 토끼섬에 가서 고동을 채취하려 했는데, 이미 목기미해변에서 잡아 왔기에 식사하고는 취침만 하면 된다. 막걸리, 소주, 복분자술, 맥주를 취향에 따라 마시니, 삼겹살 2(600g 기준)이 순식간에 없어진다. 식사는 김치 볶음밥으로 하고, 후식은 삶은 고동으로 행복한 밤을 보낸다. 새벽 4시에 일출을 보러 가려고, 22시에 일찍 잠자리에 든다. 2개를 얻어 2명씩 자니, 여유가 있어 좋다. 어린 시절 시골 이웃집으로 마실 다니며 본 정겨웠던 사랑방 모습이다.

               < 5:20, 중간에 있는 산봉우리(115m)를 넘어 >

          < 5:31, 최고의 백패킹 장소라는 초원에는 텐트들이 여기저기 >

           < 5:39, 개머리언덕 끝부분, 11경 낭개머리 위에서 >

  새벽 4시 기상하여 랜턴을 가지고 개머리언덕을 오르려고 하니, 해무가 어제 밤보다 더 짙게 끼었다. 일출마저 포기하고 천천히 준비하고는, 랜턴이 필요치 않은 450분에 숙소를 출발한다. 마을 앞 해변 우측에 있는 출입문으로 들어가니, 숲속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평탄한 푸른 초원의 능선이 나오는데, 홀로 앞서가던 아줌마가 지대가 높은 곳에서 여기가 정상이라고 하면서 돌아가려 한다. 대장이 설명을 하고 동행한다. 꽃사슴들과 아침 인사를 나누고, 중간에 있는 산봉우리를 넘는다.

                < 5:42, 낭개머리 우측 절벽에는 기암괴석들이 >

             < 6:06, 뒤돌아 나오면서 중간봉우리를 우회 바닷가로 >

            < 6:07, 우회로 바닷가에 해무가 걷히면서 푸른 바다가 >

  최고의 백패킹 장소라는 초원에 많은 텐트들이 여기저기 설치되어 있다. 텐트에서 일몰과 일출 그리고 밤하늘의 별까지 보면서 행복함을 느꼈어야 할 텐데, 짙은 해무로 민박한 우리와 같은 처지가 되었다. 개의 머리모양 형상이라 하여 붙여진 개머리언덕 끝부분 낭개머리 위에서 인증 샷을 찍고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우측 절벽에는 기암괴석들이 바다와 어우러져 멋진 장관을 이룬다. 언덕 중간에 있는 봉우리를 바다 쪽으로 우회하여 나오니, 잠시 해무가 걷히면서 푸른 바다가 보인다.

             < 6:07, SK철탑(104m) 주변에 한 폭의 산수화가 >

   < 6:09, 해무가 걷히고, 몰려오는 바다의 파노라마(사진을 클릭하면 확대 선명함>

                   < 6:35, 개머리언덕 입구를 나와 >

  다시 굴업도를 찾아오라고, 해무가 걷힌 한 커트의 멋진 장면을 선물한다. 리딩 대장의 탁월한 코스 선택에 감사하며, 해무가 걷힌 푸른 바다와 SK철탑 주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 폭의 산수화 풍경에 감탄과 환호로 발길을 한동안 돌리지 못한다. 해무 속에 떠오른 태양이 일출처럼 보이면서 머물고 있는 숙소 벽에 써놓은 고씨 명언지금 공부 안하면 더울 때 더운데서 일하고, 추울 때 추운데서 일한다가 생각난다. 사전 답사로 열심히 공부한 대장 덕분에 해무의 아쉬움을 해소한다.

          < 6:36, 썰물 때의 제3경인 큰말해변을 걸어 토끼섬으로 >

             < 6:48, 바닷물이 차올라 못가는 해변 끝에서 >

                    < 6:58, 민박집 마을로 돌아와 >

  새벽에 올랐던 개머리언덕 입구를 나와 숙소로 가려하니 큰말해변의 바닷물이 많이 빠져있다. 이 정도면 토끼섬에 갈 수 있겠다 싶어, 짙은 안개 속에 해변을 걸어 반대편으로 간다. 해변에서 볼 수 있다는 제2경인 선단여 삼형제 바위도 짙은 해무로 볼 수가 없다. 해변 끝 모퉁이만 돌아가면 섬으로 건너가던가, 아니면 앞에서라도 섬을 볼 수 있는데, 바닷물이 차올라 진행할 수 없어 아쉽게 해변으로 돌아 나온다. 민박집으로 돌아 와, 어제 많이 먹어서 아침은 간단히 라면으로 해결한다.

       < 해무로 인한 아쉬움을 리딩대장의 답사사진(개머리언덕의 일출)으로 >

       < 해무로 인한 아쉬움을 리딩대장의 답사사진(낭개머리 거북바위)으로 >

< 해무로 인한 아쉬움을 리딩대장의 답사사진(낭개머리)으로 >

  돌아가신 남편의 성을 따고씨네 민박하는 할머니는 주말이면 자식들이 와서 도와준다. 인천에 산다는 두 딸이 와서 가구 재배치는 물론 청소도 하고, 숙박 및 식사 준비를 하느라 바쁘다. 시종 웃음을 잃지 않고, 친절하게 대해주니, 손님들이 만족해한다. 식사 영업을 하는데도 숙박 손님이 자체 취사를 하여 식사를 해도 개의치 않는다. 짙은 해무로 인해 보지 못한 장면들을 대장께서 답사 때 찍은 사진을 보며 아쉬움을 달랜다. 식사를 끝내고 떠날 준비를 하는데 해무는 걷히지 않는다.

     < 해무로 인한 아쉬움을 리딩대장의 답사사진(목기미해변과 선착장)으로 >

           < 13:40, 어선을 타고 덕적도로 가기위해 선착장으로 >

              < 13:43, 굴업도를 떠나기 전 표시석과 함께 >

  오전에는 인천 앞바다의 전체 선박이 짙은 해무로 통제(취소)되었다. 타고 갈 나래호(11:30)는 없고, 오후(13:30)배는 대기 중이라니 불확실하다. 난생처음 여행 일정에 차질을 빚어 섬에 갇히고 보니, 무기력한 사람이 되고 만다. 오후가 되자 인천이나 대부도에서 덕적도간 운항하는 배는 정상 운행된다고 선사에서 문자가 온다. 나래호는 규모가 작으면서 3개 섬을 돌아오는데, 백아도 주위 안개가 심하다고 한다. 14시전에 나가야 덕적도에서 대부도를 가기 때문에 비상대책을 강구한다.

          < 14:32, 굴업도에서 덕적도 서포리 선착장에 도착한 어선 >

                < 14:35, 중형버스 창으로 본 서포리 해수욕장 >

           < 14:49, 대부도 가는 대부고속페리 3호가 승선 준비 중 >

  비상방법은 어선 이용이 가능한데, 1인당 50,000원으로 최소 10명에서 20명까지 된다고 한다. 하루를 이곳에서 더 보내면, 내일 일정도 차질을 빚기 때문에 같이 갈 인원을 모집한다. 우리일행과 밤에 별 보러 온 부녀를 포함해 15명 정도 맞추어, 덕적도로 어선을 타고 출발(13:55)한다. 배가 작아 불안하지만, 세차게 물살을 갈라 35분후에 도착한다. 서포리 해수욕장에 도착하여, 대기 중인 중형버스를 타고 도우선착장으로 가서 예약한 15시 배를 탄다. 무사히 탈출한 스토리가 꿈만 같다.

                    < 17:14,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 도착 >

              < 17:16, 배에서 본 시화방조제, 수문, 풍력발전기 >

             < 19:19, 태릉입구 전철역 인근의 바다회집에서 뒤풀이 >

  가까스로 예약한 대부도행 여객선을 타게 되어, 어제 히치하이킹 신세를 진 식당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 승선해 넓은 여객실에 자리 잡으니, 긴장이 풀리면서 갑자기 배가 고파진다. 매점에서 팔고 있는 컵라면을 사먹으니, 그렇게 맛이 있을 수가 없다. 짙은 해무로 보지 못한 선단여 삼형제 바위(2)와 작은말 사구습지(8) 그리고 토끼섬의 해식지형(12)은 다음 기회에 보기로 미룬다. 주차해 두었던 승용차로 태릉입구역 인근의 바다회집에 와서 뒤풀이를 한다.

          < 19:21, 바다회집의 메뉴판(사진을 클릭하면 확대 선명함) >

                 < 19:29, 활어 모듬()의 기본 상차림 >

                     < 20:01, 모듬회의 메인 생선회 >

  갈라파고스는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의 본토에서 서쪽으로 1,000km 떨어진 해상에 20여 개의 섬과 암초들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러한 별칭을 갖게 된 아름다운 굴업도의 멋진 풍광에 감탄을 많이 했지만, 섬을 극적으로 탈출한 추억이 더 오래 남을 듯하다. 여행 중에 동행한 지인이 한먼 길을 제일 쉽게 갈수 있는 방법은? 친구와 함께 가는 것이다란 말이 떠오른다. 우리 부부는 따라 가기만 했는데, 코스를 안내한 리딩대장과 운전과 음식을 맡아 한 쉐프, 두 분의 수고에 감사합니다.

 

 

                                       2018. 6. 23~24. 덕적도, 굴업도를 다녀와서...

 

Posted by 프코2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