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의 기원인 단군신화(삼국유사)에 의하면 하나님은 아들인 환웅을 인간세계에 내보내기 위하여 백두산을 택했다고 한다. 환웅은 3천명을 거느리고 내려와 천왕이 되어 한민족(韓民族)의 유구한 역사가 시작된 발원지로, 누구나 한번은 꼭 가보고 싶어 하는 성지이다. 최근에는 화산의 조짐이 있다고 북한에서 공동연구 조사까지 하자는 제의도 있어 이번 여행이 의의가 크다. 모태성지인 백두산을 친구들과 함께 한 계단, 한 계단 오르자니, 민족의 어머님 품속같이 포근하고 고요하다.

                             < 백두산 천지 오르는 코스 개념도 >

                        < 천지 오르는 계단과 이정표(2011.6. 사진) >

                          < 9:29, 오르고(우측) 내려오는(좌측) 계단 >

- 백두산 천지 계단 오르기 -

  입구의 이정표는 천지까지 1,236계단에 거리는 900m, 높이는 273m로 시간은 30~40분 소요된다. 계단 곳곳에 가마꾼들이 있어 노약자도 오를 수 있다. 서울 서초구의 청계산 계단과 비슷하여 어렵지는 않지만, 첫 발을 대딛는 곳이 고지이기에 무리하지 않고 서서히 올라야 한다. 천지를 둘러싼 2,500m 이상 되는 16개 봉우리 중에 청석봉(2,662m)과 제운봉(2,603m)사이의 낮은 5호 경계비 쪽으로 오른다. 혼잡함을 피하기 위해 오르막은 나무계단, 내리막은 돌계단으로 일방 통행케 한다.

                           < 9:30, 해발 2,000m 안내판과 야생화 >

                          < 9:30, 오르면서 뒤돌아 본 주차장 광장 >

                          < 9:31, 내려오는 계단 옆으로 잔설이 >

  해발 2,000m라는 안내판과 함께 주위에는 6개월 동안 눈 속에 파묻혀 혹독한 겨울을 보낸 야생화들이 피어난다. 올라 온 주차장을 뒤돌아보니, 우리들이 흰 구름 위에 떠 있는 신선같이 느껴진다. 산악회를 따라 오면 산악대장이 리드하는 데로 움직이면 되지만, 여행사를 통해 왔기에 가이드가 동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해서 내심 걱정했는데 옆에서 함께 오르며 챙겨주니 고맙다. 4년 전에는 계단 옆으로 눈이 많이 쌓여 있었는데, 올해는 날씨가 좋아 많이 녹아 잔설들만 일부 보인다.

                              < 9:44, 초원 위에는 온통 야생화들이 >

                               < 9:45, 노약자들은 가마를 타고 >

                           < 10:00, 마지막 아래 계단 숫자가 1,441 >

  우리 일행 중에서도 계단을 오르기 힘든 친구가 있어 걱정을 했는데, 몇 계단 오르지 않아 미리 가마를 타주니 고맙다. 타기 전에 가격을 잘 조정하고 타야 되지만, 비용은 8~9만원 정도(400+끝나고 수고비 1만원)이다. 동남아 여행을 할 때 흔히 듣던힘들어! 힘들어!하는 말을 우리말로 자주 쓴다. 마지막 돌계단 표시를 보면 1,442계단인데, 입구에 있던 1,236계단 표시는 나무계단 쪽이 아닐까 생각된다. 마지막 오르는 과정에서는 모두가 급해서 일까 상행선, 하행선 구분이 없다.

                               < 10:00, 천지를 담을 포토 존은 울타리로 >

              < 전에는 천지 표시와 함께 사진도 찍었는데(2011.6.사진) - 해발 2,470m>

< 10:11, 거울 호수(Mirror Lake)같은 천지에서 >

- 가슴 벅찬 천지와의 상면 -

  가마 타고 오는 친구만 걱정했는데, 두 친구가 정상에서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기다리니, 창백한 얼굴로 올라온 친구와 끝까지 동행해준 친구가 보인다. 천지를 본다고 설레어서인지 이틀 밤을 제대로 못잔 친구는 올라와주어 다행스럽고 수고 많았다. 알았으면 내가 동행해 주었어야 했는데, 고생한 친구한테는 미안하기도 하고 감사하다. 전에는 천지 표시가 있는 곳에서 인증 샷을 찍었는데, 이제는 울타리를 쳐놓고 사진은 1매당 10,000, 단체(4)40,000(12)CD로 구워준다.

                    < 10:16, 다른 각도에서의 천지(왼편 봉우리 북파지역) >

                          < 10:25, 5호 경계비(앞면) 너머는 북한 땅 >

                           < 10:27, 북한 땅에서 찍은 5호경계비(뒷면) >

  중국인 상술에 씁쓸한 기분으로 친구들 사진만 열심히 찍는다. 이렇게 청명한 날씨에 천지를 볼 수 있음은 영광이고, 좋은 친구들과 함께 와서 복 받은 것 같아 감사하다. 오래전 뉴질랜드 여행 때의 거울 호수(Mirror Lake)를 보는 것 같고, 호수 안에 있는 백두산을 또 본다. 그동안 친구들이 기도를 많이 했나 보다. 백두산의 최고봉은 북한에 있는 2,750m의 장군봉(將軍峰)이고, 천지의 면적은 9,165, 둘레 14.4km, 최대너비 3.6km, 평균수심 213m, 최대수심 384m, 수면고도는 2,257m이다.

< 10:28, 5호 경계비 북한 쪽에서 >

                                   < 10:33, 천지에서 하산을 시작 >

                              < 10:42, 혹독한 겨울을 난, 노랑만병초 >

- 천지를 보고 다음 코스로 가기위해 하산을 -

  북한 땅을 밟고서 뒷면 조선 표시가 나오는 5호 경계비를 인증 샷으로 한 장 더 남긴다. 종주 코스로 가는 마천우 방향에서 먹구름이 몰려드는 것을 보니, 얼마 후에는 천지를 볼 수 없게 될 듯싶다. 다음 일정을 위해 천지에서 하산을 서두르는데, 멋진 모습을 가슴에 담았기에 전혀 아쉬움 없이 발길을 돌린다. 지난번 왔을 때는 종주 트레킹을 하였기에 천지를 옆으로 하여 북파로 이동했지만, 오늘은 처음으로 서파 산문으로 회귀하며 제자하(梯子河)와 금강대협곡(錦江大峽谷)을 들린다.

                             < 11:05, 셔틀버스 주차장으로 돌아와 >

                            < 11:12, 한반도 모형의 지도가 잔설로 남아 >

                                     < 11:44, 제자하(梯子河) >

- 제자하(梯子河) -

  셔틀버스 주차장으로 내려와 일행들이 내려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올랐던 천지 옆 능선에 눈 잔설이 한반도 모양을 하고 있다. 우리 땅 북한을 통하지 않고, 비행기와 버스를 타고 많은 경비와 시간을 허비해서 돌아 온 안타까움을 달래주는 듯하다. 셔틀버스를 타고 내려와 잠시 들리는 곳이 제자하이다. 백두산 화산이 폭발할 때 지각 변동으로 생긴 깊은 틈새 사이로 흐르는 물줄기이다. 물줄기 왼쪽이 좁고 아래쪽이 넓어서 계단모양으로 생겼기 때문에 제자하라고 부른다.

                                   < 11:45, 깊숙한 곳에 있는 계곡 >

                             < 12:05, 금강 대협곡(錦江 大峽谷) 정문 >

                                < 12:07, 울창한 숲속에 피톤치드가 >

- 금강 대협곡(錦江 大峽谷) -

  제자하는 계곡만 잠깐 보고서 셔틀버스에 다시 오르는데, 다른 차를 탔던 사람들이 먼저 앉았다.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고 여기저기 아우성, 이를 호떡집에 불났다고 하는 것이 적당한 표현인 것 같다. 먼저 앉아 있던 일행들은 차에서 내리고, 각자 앉았던 자리로 가자, 출발하여 다음 코스인 금강대협곡으로 간다. 천지에서 서쪽으로 20km 떨어진 곳에 있는 대협곡은 길이가 70km, 넓이는 300m이며 깊이는 160m나 된다. 전체 길이 중에서 일반 관광객에게 개방하고 있는 구간은 1.5km이다.

                                      < 12:09, 데크로 연결된 숲 속 >

< 12:17, 계곡 포토 존에서 >

                            < 12:19, 낭떠러지 아래에는 계곡물이 유유히 >

  화산이 폭발하면서 용암이 흘러내리던 계곡이 오랜 세월동안 풍화작용에 의해서 생긴, 서파 등정에서는 꼭 봐야하는 절경의 협곡 관광지가 되었다. 깍아지른 절벽가운데 여러 기암괴석들이(용암) 솟아 동양의 그랜드캐넌이라 불릴 만큼 장관을 이룬다. 원시림에 가까운 울창한 숲속은 1,464m의 고도에 있어 시원하다. 피톤치드가 뿜어져 나와, 천지의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생긴 피로를 말끔히 씻어 준다. 낭떠러지 협곡 아래 바닥에는 깨끗한 물이 유유히 흐르고 있어 운치를 더해 준다.

                             < 12:20, 먹이를 주자 가까이 다가오는 다람쥐 >

                                    < 12:20, 용암이 스쳐간 계곡 >

                               < 12:34, 데크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

  옆에 있던 중국인 관광객이 다람쥐를 향해 먹이를 주자, 바로 앞까지 다가와 전혀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먹이를 주어먹는다. 인간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는 원시림 속에 살고 있어, 자연스러운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용암이 스쳐간 흔적을 나타내는 검은 빛깔의 암석이 여러 가지 형상을 하고서 다가온다. 계곡과 접해 있는 곳은 낭떠러지로 난간이 설치되어 있지만 조심해야 한다. 몇몇 친구들은 천지 못지않게 숲속에서의 삼림욕 또한 지금까지 경험했던 어느 숲보다 최고라고 극찬한다.

                                    < 12:30, 연리지(連理枝) 나무 >

                                       < 12:37, 쉼터 및 매점 >

                                    < 12:44, 셔틀버스 타는 정류장 >

  가는 길 곳곳에는 소나무와 회나무가 하나로 어우러져 자라는 연리지(連理枝) 나무들이 많이 보인다. 그 중에 제일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나무에는 사랑을 약속한 연인들의 빨간 리본이 많이 걸려있다. 이외에도 엄마, 아빠, 아이의 세 가족처럼 자라는 특이한 나무들도 있다. 쉼터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고는 셔틀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버스를 타고 출입구였던 서파 산전으로 간다. 오늘의 공식일정은 여기서 끝나고, 점심식사 한 후에는 이도백하 시내로 들어가 발마사지 받고 숙소로 간다.

                                          < 13:33, 서파산문을 나와 >

                                            < 13:57, 강원도 식당 >

                                   < 14:00, 산천어회 특식이 점심으로 >

  일찍 서둘러 백두산에 올랐기에, 내려오면서 대협곡에서는 시장기를 느낀다. 곳곳에 앉아 먹고 있는 중국인처럼 간식을 준비해서 오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우리나라 사람이 운영하는 강원도 식당에서의 특식 점심은 여행일정 중 유일한 한식이다. 얼굴크기 만한 상추에다 산천어 회와 마늘, 고추, 쌈장을 넣어 싸먹는 맛은 시장기까지 더해져 꿀맛이다. 천지를 본 기쁨을 담은.을 한잔씩 하니, 여행 일정 중에 최고로 기분 좋은 순간이다. 이도백하 까지는 1시간30분정도 이동한다.

                                 < 15:58, 이도백하 입구 미인송 거리 >

                                  < 16:02, 발마사지 체험 장소 >

                                  < 17:42, 어렵게 찾은 현지식 식당 >

  지역성이 강해 외부인이 들어와 장사하기 힘들다는 이도백하(二道白河)의 작은 도시는 입구에 있는 미인송(美人松)나무가 반겨준다. 이 지역 풍토에 맞게 자라서 다른 곳으로 옮기면 죽는다고 한다. 붉은색을 띄는 소나무는 곁가지가 많지 않고 위로 시원스럽게 뻗어서 아름답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여행경비 포함사항인 발 마사지를 전신으로 바꾸면 2만원이 추가된다. 마사지 시간은 40분에서 1시간30분으로 늘어난다. 여행하면서 받은 발 마사지 중에서 이번이 최고였다고 이구동성이다.

                                 < 18:34, 어렵게 찾아간 식당의 저녁 현지식 >

                                    < 18:34, 2박을 하는 보석 국제호텔 로비 >

                                    < 18:46, 넓은 룸에서 조촐한 자축연을 >

  마사지가 끝나고는 시장에 가서 저녁에 천지 다녀온 자축연을 위해 술과 과일(체리, 복숭아, 망고스틴 등)을 사온다. 식당을 찾지 못해 사람이 나오게 하는 등 시간을 많이 허비해서 인지 음식 맛도 형편없다. 시내 외곽에 넓게 자리한 보석 국제호텔답게 룸 또한 넓어서 좋다. 여장을 풀고는 한방에 모여 오늘 본 천지의 감동을 서로 이야기 나누며 자축한다. 오늘과 같이 좋은 날씨로 천지를 볼 수 있는 날은, 1년에 열 손가락 안에 들어 갈 듯싶다. 2부를 끝내고, 마지막 3부에서 북파를...

 

                                                                        ‘15. 6.21. 백두산 천지를 보고 와서...

 

Posted by 프코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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