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2010.2.28) 100대 명산을 완주한다고 찾았던 미륵산(彌勒山: 461m)을 이젠 케이블카를 타고 편하게 오른다. 당시는 무박산행으로 버스를 타고 밤새도록 와서, 어두운 새벽에 산에 오르면서 일출을 보기도 했다. 그 때가 몇 년 지나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그러한 열정이 없어졌다는 것이 안타깝게 한다. 첫날 여행기는 연화도 다녀온 통영항 여객터미널에서 끝났기에 이후부터 시작한다. 터미널 주차장 맞은편에 있는 서호 전통시장을 구경하고 나서, 숙소로 가자는 의견이 모아진다.

                       < 16:52, 서호 전통시장 입구 >

                      < 16:53, 서호 시장 안의 모습 >

                  < 17:00, 통영의 명물 꿀빵 판매 제과점 >

  항구의 시장답게 대부분 바다에서 나는 생선을 비롯한 해산물을 많이 판매하고 있다. 상인 아줌마들의 경상도 사투리 외에는 일반 전통시장의 분위기와 다를 바가 없어 돌아보고 나온다. 통영을 대표하는 지역 음식인 꿀빵과 시락국에 대해 공부할 기회를 갖는다. 꿀빵은 충무김밥처럼 고기를 잡으러 바다에 나간 어부들이 오랜 시간동안 먹을 수 있게 만든 음식이다. 다른 밀가루 과자들과 달리 물기가 적고, 겉은 조청으로 감싸 통기성을 줄인 탓에 잘 상하지 않아 많이 애용하였다고 한다.

          < 17:05, 팥앙금, 고구마앙금, 두 종류의 꿀빵을 사서 >

                   < 18:35, 숙소 인근의 횟집에서 석식 >

                       < 19:08, 주문한 모듬회 식단 >

  속이 팥과 고구마앙금인 두 종류의 꿀빵을 사서 먹는다. 동그랗게 빚어 만든 도넛을 기름에 튀긴 뒤, 깨를 버무려 넣은 꿀이 아닌 조청을 골고루 발라 만든다는데 맛있다. 숙소로 돌아가는 차창으로 보니, 시장 농협 코너에 꼭 먹어보고 싶어 메모해 온 원조 시락국집이 있다. 산우들께 이야기 했더니 음식을 아는 사람이 전혀 없고, 총무 이외는 모두 시큰둥하다. 숙소에서 샤워를 하고 나와, 대장께서 단골로 다녔다는 횟집으로 가니 주인이 바뀌었다. 논의 끝에 그냥 그 집에서 하기로 한다.

                < 21:05, 바닷가 등대 앞에서 간단한 2>

                < 9:11, 통영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시락국 >

                  < 9:16, 시락국과 앞에 있는 반찬통 >

  횟집은 에어컨이 없다고 옆에 있는 갈비(고기)집으로 가라고 한다. 주문한 음식을 배달하는데, 옛날에 산악회 카페에 올렸던 사진과는 전혀 다르다. 너무 기대를 많이 해서일까, 그 아쉬움을 밤바다로 나가 등대 앞에서 시원한 맥주로 2차를 한다. 숙소에 들어 와서도 어제 먹다 남은 해삼, 멍게에 막걸리, 소주로 3차까지 한다. 총무의 절대적인 지원을 받아, 이튿날 아침식사는 시락국으로 결정하고 서호시장으로 간다. 여행을 시작할 동피랑 마을도 옆에 있어 일정에 지장이 없다고 한다.

            < 9:28, 좁은 공간을 이용한 특별한 식탁과 반찬통 >

        < 9:28, 식당 내부의 모습(벽과 찬정엔 다녀간 사진과 싸인들) >

               < 9:49, 동피랑 마을 입구 안내판 >

  일부 산우가 맛 집은 기다려야 하니 가까운 시락집을 가자는 등, 반대도 있었기에 가는 도중 마음이 불안하다. 어제 보아 두었기에 쉽게 찾았는데, 소문대로 앉을자리는 없지만 줄은 서지 않는다. 시락국 메뉴 한 가지이기에 회전이 빨라, 빈자리가 나서 같이 식사를 한다. 통영에서 맛 볼 수 있는 장어가 들어간 시래기 해장국(추어탕의 맛)으로 가격도 저렴하다. 시락국과 밥 한 그릇만 주고, 반찬은 접시에 담아 먹게 한다. 여행 다큐 T.V프로에 나올 만큼, 모두 맛있다고 하니 흡족하다.

                           < 동피랑 벽화마을 안내도 >

                         < 9:51, 동피랑 오르는 골목 >

                         < 9:54, 동피랑 빨간 우체통 >

  아침식사를 마치고 오늘의 첫 일정은 가까운 한국의 몽마르트르 언덕이라는 동피랑으로 간다. 해가 중천에 떠올라 각각 양산과 우산으로 햇빛을 가려 보지만 땀이 줄줄 흐른다. 동피랑이 명소가 되면서 서피랑도 조성했다는데, 피랑의 뜻은 벼랑의 사투리라고 한다. 빨간 우체통은 즐거운 추억이 담긴 사진엽서와 동영상을 이메일로 전송해준다고 한다. 박스 안에 들어가 원하는 배경화면을 골라 함께 사진을 찍고, 여행소감까지 작성하면 지정하는 이메일로 보내준다고 하니 좋은 세상이다.

                           < 9:57, 자전거 벽화 >

                 < 10:03, 동포루 전망대(중앙시장과 미륵산 조망) >

                         < 10:04, 동포루(東鋪樓) >

  언덕 위에 서민들의 삶과 애환이 어려 있는 달동네로 비탈진 골목마다 작은 집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다. 그려진 벽화들이 마을 입구에서부터 일행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중앙시장 앞은 제55회 한산대첩축제(8.11~8.15) 축제행사를 하느라 각종 조형물들로 혼잡스럽다. 통영시는 달동네를 철거하고 원래 자리에 있었던 통제영의 동포루를 복원하고, 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을 세웠었다고 한다. 그러나 철거에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몰려들어 벽화를 그리게 되었다고 한다.

                          < 10:05, 동포루 성곽에서 >

                         < 10:16, 순환도로 옆 벽화들 >

                         < 10:17, 순환도로 옆 벽화들 >

  새롭게 벽화로 단장한 벽화 마을은 입소문이 퍼지면서 지금은 통영의 대표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동피랑의 정상이라고 하는 동포루에는 성곽과 전망대가 있다. 왜적의 침범을 막기위해 설치한 성벽에서 인증 샷도 찍어가며 한동안 쉬어 간다. 내려가면서 순환도로에 있는 벽화들을 보고는 동피랑 관광을 끝낸다. 같은 형태의 서피랑 마을도 건너편에 있다고 하는데, 더위 때문에 돌아 볼 염두가 나지 않는다. 입구로 내려와 마트에서 냉커피와 아이스크림을 사먹는데 최고로 맛이 있었다.

                       < 11:02, 케이블카 하부 정류장 >

                     < 11:03, 케이블카 탑승 매표소 >

             < 12:06,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다 본 통영항 풍경 >

  동포루 전망대에서 건너편으로 보였던 미륵산을 케이블카로 오르려고 이동한다. 매표소 탑승요금은 성인 왕복-10,000, 편도-6,500(경로우대:8,000-5,000)이다. 전자 계기판에 탑승번호가 표시되는데, 번호 1,000번을 기다려야 하는데 예상 소요시간은 50분정도 걸린다고 한다. 대합실은 초만원을 이루고 냉방이 안 되어, 숲속 쉼터로 올라가 기다린다. 8인승 곤돌라 48대가 연속적으로 탑승객을 운송하는데도 많이 기다리지만, 편안하게 미륵산을 오르려는 관광객들은 증가하고 있다.

                  < 12:10, 케이블카 상부 정류장 내부 >

               < 12:12, 데크 계단으로 15분정도 올라야 정상 >

                    < 12:14, 정상가는 갈림길 안내도 >

  케이블카는 국내에서 유일한 2선 케이블, 자동 순환식 곤돌라 방식으로 스위스의 최신기술로 설치되었다. 길이는 1,975m로 우리나라 일반관광객용 케이블카 중에서 가장 길다. 친환경적인 설계로 중간지주를 1개만 설치하여, 환경보호는 물론 탑승객에게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1시간을 기다렸다가 탑승해 오르는데, 케이블카에서 보는 풍경은 그 어느 곳에서도 보지 못한 특별함이 있다. 10여분정도 오르면 상부 정류장이고, 이곳부터 정상까지는 데크 계단으로 15분 걸어 올라야 한다.

                  < 12:19, 상부정류장 위의 한산대첩 전망대 >

                < 12:27, 오르면서 우측의 통영상륙작전 전망대 >

          < 12:30, 오르면서 좌측의 박경리 묘소 전망쉼터에서 조망 >

  미륵산의 유래는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가 이곳을 방문하여 미륵존불이 장차 강림할 곳이라 하여 명명되었다. 산자락에는 천년고찰 용화사와 미래사 등 유서 깊은 사찰 및 암자가 산재해 있다. 6년 전 무박산행 시는 용화사광장미륵치정토봉미륵치정상봉화대미래사띠밭등용화사관음사도솔암원점회귀 하였기에 낯설지 않다. 정상을 향해 계단을 오르며 한산대첩 전망대, 신선대 전망대, 통영상륙작전 전망대, 박경리 묘소 전망쉼터 등에서 조망을 즐기며 정상을 밟는다.

                           < 12:36, 미륵산 정상 표시석 >

                          < 12:38, 정상 표시석과 함께 >

                          < 12:39, 정상에 위치한 이정표 >

  전에 올랐을 때의 정상 표시석 이름이 한문이었는데, 한글로 바뀌어 있다. 정상은 가벼운 복장으로 가족과 함께, 친구나 연인과 다정하게 오른 많은 관광객들이 아름다운 한려수도의 경치를 감상하고 있다. 등산 복장의 산객들은 무박으로 일찍 다녀가서일까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명산의 자연 환경을 해친다고 케이블카 설치를 많이 반대하고 있지만, 여러 사람들이 함께 올라 아름다움을 공유하는 것도 좋아 보인다. 리딩 대장께서는 하산할 미래사에 차를 두고 정상까지 일찍 올라왔다.

                    < 12:45, 하산은 박경리 묘소 방향으로 >

                     < 12:49, 미래사 방향 하산 데크계단 >

                 < 13:02, 계단이 끝나는 갈림길 숲속에서 휴식 >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높은 봉우리 봉수대 아래 데크 계단으로 하산을 한다. 내려가는 방향 멀리에는 불후의 명작토지를 집필한 박경리 선생의 묘소가 있다. 82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2008)하고, 향리인 여기 통영에 묻히셨다고 한다. 미래사로 가는 등산로는 데크 계단에 이어서 완만한 숲길의 갈림길에서 쉬어 간다. 미래사까지는 20분 정도로 가깝다고 하더니, 이정표는 900m만 남았다고 한다. 케이블카로 왕복하는 것 보다 이렇게 숲길로 하산하는 방법도 좋을 듯하다.

                       < 13:12, 울창한 숲속 오솔길 >

                       < 13:18, 편백나무 숲 힐링 쉼터 >

                       < 13:20, 편백나무 숲 산책로 >

  울창한 숲속 길로 내려오니, 바로 편백나무 숲으로 이어진다. 6년전 이 코스로 내려와 들머리였던 용화사 광장까지 갔었는데, 잊고서 멋진 길은 처음이라고 감탄한다. 돌아와 후기 글을 보니, 겨울에 와서 오늘과 같은 숲이 아니었다. 힐링 쉼터 평상에는 더위에 지친 관광객들이 누워 쉬고 있다.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잠깐이라도 누워 수면을 취하고 싶다. 천연 항생물질인 피톤치드는 항균효과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와 면역기능 향상은 물론 소염, 진정 등의 효능이 탁월하다고 한다.

                     < 13:24, 미래사(彌來寺) 일주문 >

                    < 13:25, 미래사 대웅전과 부속 건물 >

                    < 13:38, 미륵불로 가는 편백나무 숲길 >

  7, 8월에 최대치를 보이므로 초여름이 산림욕하기에 가장 좋고, 하루 중 오전 1012시가 산림욕의 최적기라고 한다. 산책길 따라 내려오니, 미륵 섬에 미륵부처님께서 오실 절이란 뜻의 미래사(彌來寺)가 자리하고 있다. 1951년 효봉스님이 상좌였던 구산스님이 두 승려(석두스님, 효봉스님)의 안거를 위해 2~3칸의 토굴을 지은 것을 시작으로 하여 1954년에 법당을 낙성하였다. 편백나무 숲 한가운데 고즈넉하게 자리한 미래사 경내는 앉아 있기만 하여도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것 같다.

                    < 13:38, 바다백리 길로 미륵불을 찾아나서 >

                       < 13:43, 미륵불(彌勒佛) >

            < 13:48, 바다백리길 1코스 안내도(사진을 클릭하면 확대 선명함) >

  건너편 미래사 경내에 있는 미륵불을 보러 편백나무 숲길을 가는데, 한려해상 바다백리길 1코스 미륵도 달아길(2코스 한산도 역사길, 3코스 비진도 산호길, 4코스 연대도 지겟길, 5코스 매물도 해풍길, 6코스 소매물도 등대길)이다. 내일 6코스는 가지만, 나머지 다섯 개 코스도 멋진 둘레길이 될 것 같다. 미륵불을 보고나서, 주차한 차량을 타고 다음 일정으로 간다. 미래사는 고지대에 있어 대중교통이 다니는 차도까지는 멀어(2km 정도), 차량이 없으면 하산 길로는 적당하지 않은듯하다.

 

                                                       2016. 8. 14() 미륵산을 케이블카 타고 다녀와서....

 

Posted by 프코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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