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알게 된 서울도보관광 코스가 일상생활에 기대와 활력을 준다. 24개 코스 중에서 안 가본 곳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고, 나머지는 한번이상 다녀온 곳이다. 다녀 온 곳이라도 이번에 다시 찾아 옛 추억도 떠 올리고, 자세히 보아 마음에 담으려 한다. 오늘 창덕궁 코스도 생태코스(19코스)와 구분해 놓았는데, 별도로 다시 가지 않고 같이 본다. 고궁은 유모차를 밀고 다니기가 불편하여, 아내와 둘이서만 관람키로 한다. 특히 오늘은 후원이 있는 궁궐이다 보니 많이 걸어야 한다.
< 서울 도보관광 4코스(창덕궁) 경로 지도 >
< 창덕궁 전체 안내도 (사진을 클릭하면 확대 선명함) >
< 10:05, 1,3,5호선의 종로3가역 6번 출입구 >
5호선 지하철을 타고 3개의 노선(1,3,5호선)이 교차하는 종로 3가역에서 내려, 6번 출입구로 나온다. 출입구 나오는 방향의 반대편에 종로3가 사거리에서 창덕궁으로 가는 차도가 나온다. 좁은 차도 따라 7~8분 걸으면 창덕궁의 정문 돈화문이 나온다. 샌드위치 휴일이 되었던 5월6일을 임시휴일로 지정함에 따라 오늘부터 4일간 황금연휴가 시작된다. 교외로 많이 빠져나가서 인지 거리는 대체로 한산한 편이다. 돈화문 앞은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과 국내 관광객들이 모여 혼잡하다.
< 10:13, 창덕궁의 정문 돈화문(敦化門) >
< 10:16, 정문 왼쪽의 매표소 >
< 10:18, 창덕궁 세계유산 등재비 >
창덕궁은 1405년 태종이 지은 조선 왕조의 두 번째 궁궐로 임진왜란 때 전소되었다가 1610년 중건되었다. 조선의 궁궐 중 가장 오래 왕들이 거처했던 궁이며, 후원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궁이다. 돈화문은 왕의 행차와 같은 의례에 사용되었고, 신하들은 서편의 금호문(金虎門)으로 들어 다녔다고 한다. 황금연휴 기간으로 입장료는 없지만, 정문 왼쪽에 있는 매표소에서 할인이 안 되는 후원 입장권(5,000원)을 구입한다. 할인이 되는 전각 입장권은 다른 궁에 비해 다소 비싼 3,000원이다.
< 10:22, 금천교(錦川橋)를 지나 진선문(進善門)으로 입장 >
< 10:24, 금천(禁川)의 모습 >
< 10:26, 외행각 숙장문(肅章門) >
돈의문을 지나면 1997년 창덕궁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음을 알리는 기념비가 있다. 정문에서 직진하다 우측방향의 궁내로 들어가려면, 궁궐에 남아 있는 돌다리 가운데 가장 오래된 금천교를 건너야 한다. 금천교를 지나 외행각 진선문으로 입장하면, 반대편 방향에도 밖으로 나가는 같은 형태의 숙장문이 보인다. 도보관광 4코스의 경로 지도를 손에 들고, 코스대로 가려고 수시로 확인한다. 돈화문→인정전→선정전→희정당→대조전→낙선재→돈화문 코스로 소요시간은 2시간30분이다.
< 10:28, 인정문(仁政門) >
< 10:30, 창덕궁의 정전(正殿)인 인정전(仁政殿) >
< 10:31, 인정전(仁政殿) 앞에서 >
앞에 있는 숙장문을 바라보고 가다보면, 왼편에 창덕궁의 정전(正殿)인 인정전이 있다. 인정문을 통해 들어간 인정전은 왕의 즉위식, 신하들의 하례, 외국사신 접견 등 중요한 국가적 의식을 행하던 곳이다. 인정문에서 임금의 즉위식이 거행되기도 했는데, 연산군부터 고종까지 8대 임금이 여기서 즉위식을 가졌다. 인정전 앞마당에는 어도와 품계석이 놓여 있는데, 동쪽에는 문관이 서고 서쪽에는 무관이 중앙을 향해 앉았다고 한다. 뒤편에는 계단식 정원을 두어 뒷산인 매봉의 맥을 이었다.
< 10:32, 인정전 내부 및 용상 >
< 10:34, 선정문(善政門) >
< 10:36, 복도각으로 연결된 선정전(善政殿) >
용상이 있는 인정전 내부를 1908년 고치면서, 커튼, 전등 등을 설치하여 서양식 실내 장식이 도입되었다. 옆으로 나있는 통로 문을 이용해 선정전으로 이동한다. 선정문에서 선정전까지는 복도각으로 이어져 있고, 지붕에 청기와를 올린 것이 특징이다. 선정전은 궁궐의 편전(便殿, 사무공간)으로서 왕이 고위직 신하들과 더불어 일상 업무를 보던 곳으로 지형에 맞추어 정전 동쪽에 세워졌다. 아침에 조정회의, 업무보고, 국정세미나인 경연 등 각종 회의가 매일 같이 열리었다고 한다.
< 10:39, 선정전 실내는 편전이라 소규모 >
< 10:42, 선정전 옆에 있는 희정당(熙政堂)입구 >
< 10:44, 희정당(熙政堂) 일원 >
선정전 실내를 들여다보니, 정전인 인정전보다 규모가 작아 편전임을 알 수 있다. 옆에 있는 희정당은 원래 왕의 연구실인 숭문당이었는데, 연산군때에 희정당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비좁은 선정전이 종종 국장에 사용되면서 또 다른 편전으로 활용되었고, 왕의 침실로도 사용되었다. 지금의 희정당은 1917년의 화재를 복구하면서 경복궁의 강녕전을 이전한 것으로 원래의 모양과는 전혀 다르다. 왕과 왕비의 생활공간이며 왕실의 큰 행사도 자주 열렸다는 대조전을 선평문을 통해 들어간다.
< 10:46, 대조전으로 들어가는 선평문(宣平門) >
< 10:47, 대조전(大造殿) >
< 10:49, 경훈각(景薰閣) >
대조전은 창덕궁의 침전(寢殿)으로 안대칭을 사이에 두고 왕과 왕비의 온돌방이 설치되어 있다. 원래의 흥복헌(興福軒)은 1910년 마지막 어전회의를 열어 경술국치를 결정했던 비운의 장소이며, 행각과 복도로 여러 부속건물들이 연결되어 있다. 대조전 뒤편에 부속건물처럼 보이는 경훈각은 난방을 위한 아궁이가 있고, 굴뚝은 건물과 조금 떨어져 있다. 경훈각 뒤편에는 아담한 정원이 있고, 동쪽에 있는 청향각(淸香閣)은 대조전을 복구할 때 딸려 온 것으로 추정되어 기록에 없다고 한다.
< 10:52, 후원으로 가는 좁은 문 >
< 10:59, 성정각(誠正閣) 일원 >
< 11:05, 희정당, 숙장문, 낙선재 앞 넓은 마당 >
성정각은 세자의 공부방이고 일제 강점기에는 왕가의 내의원으로 쓰였으며, 단층의 몸체에 중층의 날개채가 직각으로 붙은 독특한 모습이다. 일대가 왕세자의 거처인 동궁이 있었던 자리로 많은 건물들이 있었다고 한다. 육각 누각인 삼삼와(三三窩), 칠분서(七分序) 그리고 승화루(承華樓)는 복도로 연결되어 서고와 도서실로 사용 되었다. 많은 관람객들이 왕실 내의원「어의 허준을 만나다」체험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있다. 무료로 제공되는 여러 한방차가 갈증을 풀어준다.
< 11:07, 별도로 동쪽에 지어진 낙선재 >
< 11:10, 낙선재(樂善齋) >
< 11:15, 수강재(壽康齋) >
헌종의 애뜻한 사랑이 담긴 낙선재는 동쪽에 별도로 지어져 있다. 헌종이 명헌왕후에게 후사가 없자, 1847년 김재청의 딸을 경빈으로 맞이하여 낙선재를 비롯하여 석복헌(錫福軒), 수강재 등을 지었다. 낙선재는 헌종의 서재 겸 사랑채였고, 석복현은 경빈의 처소였으며, 수강재는 수렴청정이 끝난 순원왕후를 모신 곳이라 한다. 헌종의 뜻에 따라 낙선재는 단청을 하지 않는 소박한 외형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낙선재 현판의 글씨는 청나라의 대가 섭지선이 쓴 것이라고 한다.
< 11:50, 후원 입장하는 곳(左), 창경궁 가는 함양문(右) >
< 12:00, 창덕궁 후원(昌德宮 後苑)으로 가는 길 >
< 12:05, 부용지(芙蓉池)와 주합루(宙合樓) >
입장할 때에 정문 매표소에서 후원 특별 관람권을 구입하였더니 정오(12:00)입장권으로 시간이 많이 남는다. 낙선재를 나와 40분정도 나무 그늘 쉼터에서 휴식을 한다. 창경궁으로 연결되는 함양문 옆에도 매표소가 있지만, 지금은 14시 표를 판매하고 있다. 거의 1시간대별로 1회 입장객을 2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금천교 옆에 있는 궐내각사와 구 선원전 일원은 후원 관람을 끝내고 나오면서 들리기로 한다. 자연 그대로 울창한 숲속 후원 길을 가면 처음 부용지와 주합루를 만난다.
< 12:05, 부용지(芙蓉池) 앞에서 >
< 12:13, 연겅당(演慶堂) 들어가는 문 >
< 12:15, 현판이 걸려있는 연경당(演慶堂) >
태종 때, 창덕궁을 창건하면서 후원을 조성했으며, 창덕궁뿐만 아니라 창경궁의 후원이기도 하다. 자연지형을 그대로 살려, 4개의 골짜기마다 각각 부용지, 애련지, 관람지, 옥류천 정원을 조성했다. 첫 번째 부용지는 휴식뿐만 아니라 학문과 교육을 담당하던 비교적 공개된 장소이다. 주합루, 규장각, 서향각, 부용정 등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연경당은 안채와 사랑채를 따로 둔 사대부 집처럼 지었고, 궁궐의 전각이면서 단청을 입히지 않은 소박한 모습이다.
< 12:22, 애련지(愛蓮池) >
< 12:29, 관람정(左, 觀纜亭)과 펌우사(右) >
< 12:30, 존덕정(尊德亭) >
연경당은 효명세자가 아버지인 순조에게 진작례(신하들이 왕과 왕비에게 술과 음식을 올리는 행사)를 올리기 위해 건립하였다. 숙종 때 건립한 애련정은 작지만, 연못에 반쯤 걸린 모습은 경쾌하며, 정자 안에서 내다보는 풍경 또한 절경이라고 한다. 연못 주변에는 부채꼴 모양의 관람정, 길쭉한 맞배지붕을 가진 펌우사, 육각 겹 지붕 정자인 존덕정 등 다양한 형태의 정자를 세웠다. 펌우란 어리석음을 고친다는 뜻이라 한다. 존덕정 안 벽에는 정조가 직접 지은 글의 현판이 붙어 있다.
< 12:38, 언덕 위의 취규정(翠奎亭) >
< 12:39, 옥류천으로 내려가는 오솔길 >
< 12:42, 옥류천의 청의정(左, 淸漪亭)과 태극정(右, 太極亭) >
후원 관람은 정해진 시간에 입장하여 해설사와 함께 관람할 수 있으며, 관람 소요시간은 약 90분이다. 입장하고 부터는 개별 관람도 가능하다 하여, 해설사와 동행하지 않는다. 학창시절에 한번 찾아와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아내는 최근에도 다녀간 적이 있어 빠른 방법을 택한다. 존덕정에서 옥류천으로 가기위해 가파른 오솔길을 오르면 언덕위에 취규정 쉼터가 있다. 작은 문고가 있어 책을 보며 쉬는 관람객도 많다. 동선을 달리하다 보니,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오는 관람객도 만난다.
< 12:44, 인조의 친필로 옥류천이라 새겨진 바위 소요암(逍遙岩) >
< 13:07, 천연기념물 향나무 >
< 13:09, 궐내각사(闕內各司)중에 내각(內閣)으로 입장 >
올라온 만큼 숲속 오솔로 내려가면, 골짜기에 흐르는 옥류천(玉流川)이다. 거대한 바위인 소요암을 다듬어 그 위에 홈을 파서 휘도는 물길을 끌어 들였고, 작은 폭포로 떨어져 옥류천은 시작된다. 소요정, 태극정, 농산정, 취한정 등 작은 정자들이 곳곳에 세워 은밀한 정원을 이루었다. 작은 논을 끼고 있는 청의정은 볏짚으로 지붕을 덮은 궁궐내의 유일한 초가집이다. 후원을 나와 마지막 남겨둔 두 궁궐을 들린다. 수령이 약 750년으로 추정되는 천연기념물 향나무는 높이 5.6m이다.
< 13:14, 구 선원전(舊 璿源殿) >
< 13:40, 50년 전통의 해물칼국수 찬양집을 찾아 >
< 13:50, 칼국수와 만두로 뒤풀이를 끝내고 >
왕실과 직접 관련이 있는 여러 관청들이 궁궐 안에 모여 있는 궐내각사를 내각으로 입장한다. 관청들이 밀집되어 있어 미로와 같이 복잡하다. 구 선원전은 역대 왕들의 초상화인 어진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큰 덕을 백성에 가르치어 감화시킴을 두텁게 한다」는 뜻의 돈화문으로 회귀하여 창덕궁 관람을 모두 마친다. 옆에 있는 북촌면옥에서 점심을 하려고 금호문으로 나갔더니, 어린이날이라고 음식점도 쉰다. 종로3가역 6번 출구에서 직진해, 우측 골목 안의 찬양집으로 간다.
모 방송국「수요미식회」프로를 보고서 몇 번 친구들과 찾았던 맛 집이다. 조개와 홍합 그리고 미더덕 등이 들어간 시원한 해물 칼국수와 만두는 50년 전통답게 맛이 있다. 식사를 마치고 귀가하려 했더니, 가까이에 있는 종묘까지 들렸다 가자고 한다. 몇 해 전 까지만 해도 창경궁, 창덕궁, 종묘가 서로 연결되어 하루 관람권 이었는데, 창경궁과 종묘를 이어주던 육교가 2010년 철거 되어 별도로 입장해야 한다. 창덕궁을 식사 전 관람인 1부로 끝내고, 이제는 식사 후 2부인 종묘로 간다.
< 서울 도보관광 19코스(창덕궁 생태코스) 경로 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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