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이라도 볼까하고 새벽에 일어나 밖으로 나오니, 날씨가 흐려 일찍 포기한다. 바닷가를 거닐며 생각하니 이지역이 서해라는 것도 미처 염두에 두지 못했다. 밤바다의 향기를 맡고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잠을 자서인지 몸 컨디션이 좋다. 12일이 아니라 며칠간 휴식을 취하고 싶은 멋진 리조트이다. 쉬면서 책도 읽고, 바다에 나가 낚시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오전을 보내고 다음 일정으로 이동해야 하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 7:09, 이른 아침 해변에서 보는 숙소 >

                    < 7:11, (구멍)에서 나온 게가 바다로 >

                        < 7:40, 숙소로 들어가는 입구 >

- 아빌리온 빌리지 리조트 -

  백사장 밑으로는 길게 뻗어 있는 갯벌이라고 하더니, 작은 게들이 여기저기서 아침운동을 한다. 한 마리의 게가 백사장 구멍에서 나오더니, 거침없이 파도가 치는 바다로 몸을 던진다. 그 후 돌아오기를 한참동안 기다려 보아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이곳은 해양스포츠가 활발하여 카누, 수상스키 등을 즐긴다고 하는데, 운용 관리하는 장소는 선뜻 보이지 않는다. 짧은 오전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혼자 생각해보니,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 9:08, 식당서 뷔페로 아침식사 >

                     < 9:08, 식당서 바라본 수영장 >

                     < 10:20, 숲속의 정원을 거닐어 >

  어제에 이어서 아침식사는 자체 내 식당에서 제공하는 뷔페 음식이다. 전 세계적으로 규격화 되어있는 호텔식은 어느 나라에서 먹든 입에 맞는 음식만 골라 먹기에 늘 과식하게 된다. 늦은 아침에다 먼 길을 떠나야 하기에 뱃속을 든든하게 채운다. 어제 수영했던 수영장이 식당에서 내려다보니 꽤 운치가 있다. 식사를 마치고는 리조트 내에서 가볍게 산책을 한다. 산책로 주위는 마치 깊은 산속처럼 울창한 숲으로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 10:23, 물이 빠진 숙소 아래는 땅 >

                        < 10:24, 물이 빠져나간 흔적 >

                         < 10:30, 산책로에 있는 쉼터 >

  새벽에 일어나 해변을 거닐 때도, 아침식사 하러 나올 때에도 몰랐는데, 어느 순간에 바다는 속살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서해안 해수욕장에서나 볼 수 있는, 물 빠진 갯벌을 여기에서도 본다. 어떻게 비행기로 6시간이나 이동했는데, 똑같이 서해라 해서 갯벌이 있고, 조수간만의 차이가 크고, 경사가 완만한지 신기하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산책로 중간에 있는 의자에 앉아 책도 읽으면서, 바다를 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쉬고도 싶다.

                  < 10:45, 숙소 반대편 물 빠진 갯벌에서 >

                    < 10:45, 해변에 앉아 숙소 방향을 >

                  < 11:40, 숙소에 돌아와 휴식을 하고서 >

  오전 남은 시간은 각자 자유 시간으로, 아내와 함께 바다를 보고 왼편방향의 비치로 간다. 물이 빠지니 갯벌의 길이가 200m는 될 듯 까마득하게 멀리 보인다. 바다에는 들어 갈 수도 없고, 나무 그늘아래 앉아 있으니 시원하다. 비록 푸른 바다는 아니더라도, 남국의 백사장에서 촬영한 어느 T.V C.F 장면이 떠오른다. 바닷물이 빠진 웅덩이에 투망을 던져 고기를 잡던 인근 주민이 오늘은 별 수확이 없는 듯 돌아오는 발길이 무겁게 보인다.

                          < 12:24, 현관 옆 정자 >

                          < 12:27, 정자 앞 연못 >

                      < 12:30, 리조트 프런트 데스크 >

  리조트를 찾는 중국인들은 낚시대까지 가져와 밀물 시에 물고기를 잡는다고 한다. 체크아웃을 하는 동안 현관 앞에 있는 정자에 올라가니, 우리나라 징 같은 타악기를 걸어 놓았다. 언제 사용하는지 용도를 알 수는 없으나, 정자와 잘 어울리는 소품이다. 작은 연못에서 짙푸른 녹색의 연꽃 종류의 식물을 보니 마음이 편안하다. 1박의 아쉬움 속에 리조트를 떠나, 겐팅 하이랜드로 간다. K.L를 지나 더 북쪽에 있어 고속도로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 바나나 꽃 과 열매 >

                           < 열대식물 꽃(1) >

                           < 열대식물 꽃(2) >

- 리조트 빌리지 내 꽃 들 -

  숲을 이루고 있는 단지 내 식물의 꽃들은 열대지역이라서 그러한지 빛깔도 화려하다. 바나나가 열려 있는 것은 흔히 보았지만, 상단에 있는 꽃 봉우리는 처음 본다. 많은 꽃들 중에서 가까이 있는 것만 몇 개 카메라에 담는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에 따라 피는 꽃이 다르지만, 계절이 없는 열대나라인 이곳에서는 어떻게 피는지 궁금하다. 눈이 내리는 겨울을 모르고 지내는 대신, 1년 내내 아름다운 꽃들을 볼 수 있도록 한 것 같다.

                             < 열대식물 꽃(3) >

                             < 열대식물 꽃(4) >

                             < 열대식물 꽃(5) >

  이름도 모르는 많은 꽃들이 신기할 정도로 특이하다. 우리나라 꽃들은 꽃잎이 꽃 수술을 감싸고 있는 것이 대부분 인데, 이곳은 잎이나 가지 등이 나와 예쁜 색깔을 보여주면서 꽃이라고 한다. 이제 K.L로 돌아가는 데는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간다. 1시간 20분정도 지나 휴게소에서 잠깐 쉬고 나서 출발하니 K.L 외곽에 도착한다. 시내를 들리지 않고 외곽도로를 이용해 겐팅으로 간다. 포트 딕슨을 출발해 겐팅 진입로까지는 2시간 정도가 걸린다.

                        < 14:55, 곤돌라 매표소 >

                      < 14:55, 타고 갈 6인승 곤돌라 >

                        < 15:01, 곤돌라 타고 출발 >

- 겐팅 하이랜드(Genting Highlands) -

  K.L에서 북동쪽으로 51km지점에 위치한 해발 약 2,000m 산정에 있는 거대한 고원리조트이다. 겐팅은 구름 위라는 뜻으로 중국어로 윈딩(雲頂)이라 표기한다. 우리나라의 한라산 정도의 높이에 넓은 리조트가 형성되었다는 것이 놀랍다. 대부분 중간정도까지는 차량으로 오르고, 이후는 곤돌라를 타고 정상까지 간다. 기계 정검 이나 다른 사정으로 운행하지 못할 경우에는 차량으로 정상까지 오른다고 한다. 가파르기에 노후차량은 오르기가 어렵다고 한다.

                 < 15:05, 동양 최장(3.38km)이라고 하는 로프 >

                         < 15:14, 정상이 눈앞에 >

                       < 15:23, 설립자 기념관 입구 >

  탑승한 미니버스도 에어컨을 끄고 넓은 도로를 힘겹게 올라 탑승장에 도착한다. 6인승 곤돌라로 정상까지는 약15분이 소요된다. 발아래는 울창한 열대림 정글이 펼쳐진다. 우리나라 같으면 높이 올라 갈수록 수종도 변하는데 이곳은 정상까지 활엽수다. 호텔 통로를 따라 이곳 리조트를 설립한 기념관부터 들린다. 7형제 중 5째로 태어난 임고통(Lim Goh Tong, 1918~2007)은 중국에서 말레이시아로 1937(19) 단돈 미화 175달러를 들고 이주한다.

                      < 15:25, 기념관내 리조트 모형도 >

                        < 15:26, 리조트 전경 사진 >

                       < 15:36, 겐팅의 정상 고원(외부) >

  말레이시아 경제가 활성화 되면 시원한 곳을 찾게 될 것이라 예상하여, 험한 정글에 길을 내기 시작해서 196339개 객실의 숙박업소를 처음 지었다고 한다. 그 후 1,200만평의 산을 불하받아 40년 동안 개발한 면적이 겨우 3.4%45만평에 불과하지만 겐팅에는 호텔, 카지노, 극장, 골프장, 테마파크, 실내체육관까지 건설해 국내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관광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많은 업종에 진출해 말레이시아에서 3번째로 큰 그룹이 되었다.

                       < 15:36, 호텔 하이랜드 측면 >

                       < 15:41, 놀이동산 모습 >

              < 15:42, 퍼스트 월드 호텔(Hotel First World) >

  호텔들은 지하로 연결되어, 아무리 비가 오더라도 맞지 않고 다닐 수 있다. 이동 중에 호텔 입구에서 정상이 어떤 모습인가를 잠깐 엿보게 된다. 고원에 있는 호텔들은 너무 넓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 평지로 착각할 정도이다. 호텔 이동 간에 창 너머로 본 놀이동산은 우리나라 어느 놀이동산 같이 크고, 자유이용권을 구입하면 하루 종일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세계에서 객실 수(6,118)가 제일 많아 기네스북에 올랐다는 퍼스트 월드 호텔이다.

                    < 15:45, 호텔 지하와 통로는 상가 >

                     < 15:45, 눈이 내리는 스노월드 >

               < 15:48, 창으로 본, 눈을 뭉치고 있는 연인들 >

  고도가 높아 시원해서 호텔 내에는 에어컨 시설이 없다고 한다. 열대 기후에 지친 이들에게 시원한 휴식의 공간을 제공하여 내국인은 물론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등 주변 국가에서도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호텔 지하와 연결 통로에는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는 위락시설과 먹을거리가 풍성하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유일하게 눈을 구경할 수 있다는 스노월드가 이색적이다. 입장을 하면 방한용 옷과 눈썰매를 대여 받아 눈과 추위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 15:54, 지하 음식점 거리에서 >

               < 16:07, 주문한 우리의 짬뽕과 우동 비슷한 면류 >

                < 16:35, 많은 사람이 붐비는 실내 광장 >

  아침식사를 뷔페에서 늦게 많이 하다 보니, 누구하나 시장기를 느끼지 않아 식사가 점저로 바뀌게 된다. 모두가 국수류의 음식을 원해서, 각자 짬뽕과 우동을 닮은 음식을 주로 주문했는데, 한 가지는 입이 얼얼할 정도로 맵다. 음식점 거리를 반환점으로 하여, 갔던 길로 되돌아오다가 제과점에 들려 매운 입안을 부드러운 빵으로 달랜다. 코너에 있는 광장에는 세계 각국사람들이 다 모여 있는 듯하고, 한결같이 즐거운 표정들이다.

                       < 17:11, 카지노 입구를 통과해 >

                  < 17:31, 곤돌라 안에서 공포에 떨었던 순간 >

                   < 17:47, 곤돌라 출발 장소로 회귀 >

  우리나라 정선에 있는 강원랜드는 이곳을 보고서 만들었다고 해서인지, 입구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이 친근감이 든다. 이슬람에서는 도박을 금하고 있어 말레이시아에서는 유일한 카지노이자, 세계 3대 카지노 중의 하나라고 한다. 입장하여 아내와 함께 오래전 미국 라플린에서의 추억을 떠 올리며 한번 배팅하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아 구경만 한다. 곤돌라를 타고 내려오는데, 천둥 번개와 함께 스콜이 내리자 센서가 있어 운행이 스스로 중지된다.

  가던 탄력에 의해 곤돌라는 로프에 매달려 앞뒤로 흔들리는데 무섭다. 15분이면 내려오는데, 가다 서기를 수차례 반복하여 무려 30분이나 걸린다. 말레이시아 내 23일의 장거리 여행을 마치고 조카 집으로 돌아오니(19:06) 내 집에 온 듯 포근하다. 이제는 쉬면서 갈 때까지 쿠알라룸푸르 시내 관광 일정만 남기고 있다. 본연의 업무도 미루고, 또한 아이의 유치원까지 등원시키지 않으면서 우리 일행을 관광 시켜준 조카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

 

                                    2013, 4. 10. 말레이시아 여행을 하고 나서.....

 

Posted by 프코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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