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행일시 : 2012528(월요일: 석가탄신일)

2) 산행코스 : 김유정역금병초교입구김유정비싸리골잣나무숲(산림욕장)

                     →능선삼거리산골나그네길삼거리철탑능선사거리정상

                     →동백꽃길마을길김유정문학촌김유정역(원점회귀)

3) 산행시간 : 1034-1439(4시간05), 산행거리 : 8.5km추정

4) 참가인원 : 아내와 함께

5) 날   씨    : 맑 음

6) 산 행 기

  얼마 전 지인에게서 추천 받았던 춘천의 금병산(金屛山, 652.2m)을 아내와 함께 오른다. 산세가 비단 병풍(屛風)처럼 감싸고 있다하여 불리어지는 이산은 현대문학의 대표적 작가인 김유정(金裕貞, 1908~1937)선생께서 태어난 곳이다. 30여 편의 작품 중에서 10여 편이 이곳 실레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하여 선생의 발자취를 느끼며 산행도 하고, 문학촌 방문도 하려고 한다. 또한 가까이 있는 산우들에게 이 산을 소개하고자 하는 사전 답사이다.

< 오늘의 산행코스(사진을 클릭하면 선명함) >

               < 등산로 안내도(사진을 클릭하면 선명하고 확대됨) >

                    < 10:34, 산행의 출발지, 김유정역 >

  상봉역(9:02)을 출발한 전철은 1시간 이상 소요되어 춘천시 신동면 소재의 김유정역(10:16)에 도착한다. 석가탄신일 연휴를 이용해 춘천 방향 나들이 인파로 전철 안은 복잡하다. 산행코스는 등산안내도의 B코스(산골나그네길)로 올라 A코스(동백꽃길)로 내려오기로 한다. 단순히 하산코스에 김유정 문학촌을 들리려 했는데, 결과적으로 산행하기 편한 코스를 택했다. 하산코스였던 동백꽃길이 급경사를 이루고 있어먼저 오르기가 힘들다고 한다.

                          < 10:37, 오른편 도로 따라 >

                         < 10:39, 김유정 기적비(紀績碑) >

                          < 10:42, 등산안내도가 이제서 >

  멋지게 지어진 역사 앞에는 산에 오르려면 어떻게 가야된다는 이정표나 안내도가 전혀 없다. 역 광장 주변에는 춘천시 관광안내도와 김유정 문화촌 이정표뿐이다. 등산복을 입고 내린 산객마저 없어 따라 갈수도 없고 망설인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본 등산로 안내도를 기억하며, 문화촌 가는 반대편 넓은 도로 따라 산 방향으로 오른다. 마을 주민에게 물어보니, 곧장 올라가라 한다. 김유정 기적비를 지나, 넓은 도로가 끝나는 곳에 등산안내도가 있다.

                      < 10:42, 실레 이야기길 안내도 >

                     < 10:49, 마을도로 따라 싸리골로 >

                      < 10:50, 한가로운 전원 풍경 >

  등산안내도가 있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주차장 윗길을 택해 오른다. 등산로 보다는 이야기 길 홍보에 춘천시가 주력을 하는 듯하다. 금병산에 둘러싸인 모습이 마치 떡시루 같다하여 이름 붙여진 실레(증리)는 마을 전체가 김유정 선생의 작품무대로 지금도 점순이 등 소설 12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로 전해져 오고 있다. 마을 도로 따라 싸리골로 오르다보니, 이제 막 모내기를 하려는 계단식 논과 주변풍경이 전원적으로 아름답다.

                      < 10:51, 근식이네 집이 있던 곳 >

                       <10:53, 오른편 등산로 입구 >

                   < 10:54, 본격적인 등산 시작 갈림길 >

  근식이가 자기 집 솥 훔치던 한숨길, 점순이가 나를 꼬시던 동백숲길, 덕돌이가 장가가던 신바람길, 춘호 처가 한들로 몸 팔러 가던 가슴 콩닥길, 도련님이 이쁜이와 만나던 수작로길, 복만이가 계약서 쓰고 아내 팔아먹던 응고개길 등 재미난 이야기 열여섯 마당과 만날 수 있는 실레길은 30~90분까지 코스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갈림길이 나와 또 다시 망설인다. 왼편은 만무방 길, 오른편은 산골나그네 길로 가는 길이다.

                         < 10:54, 갈림길 이정표 >

                        < 10:58, 잣나무 고개 길 >

                     < 11:01, 이야 길과 등산로가 분리 >

  지나가던 춘천시민 부부가 왼편은 경사가 급하니 오른편으로 가라고 한다. 이야기 길과 등산로가 같이 가면서 거리도 비슷하다. 처음에는 실레 이야기길 표시까지 같이 있어 혼돈을 가져 왔는데, 이야기 길은 일종의 둘레 길로 등산로 명칭이 아니다. 요즈음은 각 지역마다 둘레길 명칭을 독특하게 붙이는 것이 추세인 듯하다. 잣나무 고개 길을 넘으니, 혼란을 가져 왔던 이야기 길과도 헤어진다. 언제 여유가 된다면 다시 와, 이야기 길을 한번 걸어보고 싶다.

                          < 11:01, 싱그러운 숲속 길 >

                  < 11:06, 금병산 삼림욕장(사진 클릭하면 확대됨) >

                         < 11:07, 삼림욕을 즐기는 산객들 >

  등산로 명칭도 김유정 선생의 소설 제목을 따서 명명되었다고 하니 이색적이다. 원창고개에서 정상까지는 봄 봄길, 지금 오르고 있는 코스는 서쪽 능선에서 구불구불 정상까지 올라가는 산골나그네길, 하산코스는 정상에서 춘천 시내를 내려다보며 능선으로 가는 동백꽃 길, 이외에도 중간에 있는 만무방길, 금 따는 콩밭길이 있다. 싱그러운 숲속을 지나면, 잣나무가 숲에 이어서 산림욕장이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시간에 맞춰 산림욕을 즐기고 있다.

                         < 11:19, 능선 삼거리 직전 오솔길 >

                             < 11:22, 능선 삼거리 >

                            < 11:34, 이름 모를 야생화 >

  단애라고 보기에는 위험하지 않은 곳에 안전하게 로프 난간을 설치했다. 2리 감나무골에서 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 능선이다. 이곳부터 긴(2.6km) 산골나그네길이 정상까지 연결된다. 산골나그네길 이란 소설을 읽고 왔더라면, 그 소설 속의 주인공들을 연상하며 걸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도 든다. 다음에 이산을 다시 찾을 때는 가고자 하는 등산로의 소설은 미리 꼭 읽고 와야겠다. 이름 모를 야생화가 가는 길가에 수줍은 듯 살며시 피어있다.

                            < 11:35, 편안한 능선 >

                           < 11:38, 야생화 붓꽃 >

                        < 11:39, 철탑이 서있는 능선 >

  능선은 임도처럼 넓고 부드러운 육산으로 거의 바위를 볼 수 없어, 어느 공원의 산책길을 걷는 듯하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우거진 숲속이다 보니, 무더운 날씨를 전혀 의식할 수도 없다. 연휴기간 인데도 많이 알려진 산이 아니어서 인지, 찾아 온 산객들은 많지 않다. 가끔 보이는 등산객은 이곳 시민들로 즐겨 찾는 것 같다. 발길이 많지 않아서 인지 등산로 주변에는 야생화들이 많이 피어있다. 입구에서 볼 때, 산을 넘어가던 철탑을 만난다.

                            < 11:44, 약간의 깔딱도 >

                                < 11:47, 무 명 봉 >

                         < 11:52, 숲의 터널을 지나며 >

  거의 높낮이가 없던 평탄한 산길에 약간의 깔딱은 재미를 더 한다. 아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사부작사부작 가는 능선은 전혀 피곤함을 느끼지 않아 한 번도 쉬지 않고 오른다. 이는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의 영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소나무, 잣나무 등의 침엽수가 많고, 겨울철보다는 여름철이 10배의 효과가 크며, 휘발성 물질인 피톤치드가 바람이 없어 날라 가지 않고, 제일 충만해 있는 오전10~12사이에 가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 12:05, 저수지 가는 삼거리 이정표 >

                          < 12:26, 헬기장 위로 정상이 >

                          < 12:27, 정상에 위치한 이정표 >

  저수지로 내려가는 삼거리 갈림길 이정표이다. 금병의숙에서 소와리골 개천을 끼고 올라오다 갈라졌던 만무방 길에서 정상으로 오는 길이다. 삼거리에서 김유정 문학촌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는 금 따는 콩밭 길과도 연결이 된다. 무성한 잡초로 덮여 있는 헬기장(12:11)을 지나니, 새로운 헬기장 위로 정상이 보인다. 많은 인원이 산행을 할 때는 헬기장 아래 넓은 평지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동백꽃길 하산 길은 급경사로 많은 인원이 함께 할 수 없다.

                           < 12:28, 정상 전망 데크 >

                             < 12:30, 정상 표시석 >

                           < 12:30, 정상 표시석에서 >

  전망 데크에 오르기 전에 왼편으로 있는 정상 표시석부터 가서 인증 샷을 부탁한다. 이후에 전망대 오르니, 산으로 둘러싸인 춘천 시가지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조망 안내판을 보니, 바로 앞에 우뚝 솟아있는 안마산(303m)과 왼편 봉의산(301.5m)만 희미하게 보일뿐, 멀리 위치한 명산인 용화산과 오봉산은 가스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전에는 참나무 숲으로 에워싸여 조망이 어려웠는데, 최근 춘천시에서 100여 평 정도를 베어내 조망을 즐길 수 있다.

                          < 12:33, 전망대에서 본 춘천시내 >

                        < 12:34, 하산코스는 급경사로 로프가 >

                        < 13:32, 식사 후 내려가는 동백꽃 길 >

  하산하면서 식사장소를 찾는데, 내려가는 능선의 앞도 양옆도 급경사로 마땅한 곳이 없다. 몇 사람정도가 함께 어울려 식사할 곳은 한두 곳 있는데, 이미 선점해있다. 조금 더 내려와 길가 한 모퉁이에서 점심식사(12:42~13:28)를 한다. 이산은 김유정의 작품무대로 특히 동백꽃 소설의 무대였다고 한다. 지주의 딸과 소작농의 아들이 노란 동백꽃이 피는 봄에 로맨스가 꽃피어났던 곳이라 하는데 동백꽃을 볼 수가 없어 아쉬움을 준다.

                        < 13:51, 삼거리 이정표 >

                    < 14:00, 산뽕나무 아래를 지나 하산 >

                   < 14:08, 놀이시설이 있는 곳에 이정표 >

  정상아래 일부만 가파른 경사이지 그 외는 완만한 능선의 숲길이다. 금 따는 콩밭길과 동백꽃길이 합류하여 김유정 문화촌으로 가는 삼거리이다. 삼거리 이후부터는 마을이 가까워짐을 느낄 정도로 아늑한 경사길이 이어진다. 이정표가 있는 체력단련장이 산행이 종료되어 감을 알려 준다. 대체로 오늘의 산행은 산세가 험난한 곳이 없고 울창한 숲속으로, 여름이나 겨울 산행지로도 적합할 뿐 아니라 초보자나 노약자들이 산행하기에 좋은 산이다.

                     < 14:10, 들병이들 넘어오던 눈 웃음길 >

                       < 14:25, 산행한 능선을 돌아보고 >

                           < 14:29, 김유정 문학촌 >

  다시 실레 이야기길이 시작되면서 들병이들이 넘어 오던 눈웃음길이 반겨준다. 산행한 능선을 뒤돌아보면서, 계절이 바뀐 가을에 다시 찾아 그 정취를 느껴보겠다고 무언의 약속을 한다.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매주 월요일은 휴관으로 문학촌의 대문은 굳게 닫혀 있다. 산행도 하고 문학기행까지 하려던 계획은 다음으로 미루고, 담 너머로 안을 잠깐 엿본다. 이곳 신동면 증리 실레마을에서 태어난 선생은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학교)를 중퇴한 후 귀향하여,

                      < 14:31, 담 넘어 본 기념 전시관 >

                     < 14:30, 담 넘어 본 앞마당과 연못 >

                       < 14:39, 뒤풀이 시골장터 막국수 >

금병의숙을 연 뒤 야학을 통한 농촌계몽활동을 펼치는 한편 작가로서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가난과 병고 속에 29세의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봄봄, 동백꽃, 소낙비, 만무방, 산골나그네, 땡볕, 따라지 등 농민들의, 때로는 도회지 서민들의 애환이 서린 작품들을 출간하여 문단에 큰 발자취를 남기었다. 딸이 적극 추천해준 시골장터 막국수에서 뒤풀이를 하고 상봉행(15:23)전철로 귀가한다. 장시간 서서 오기가 불편에 마석에서 내려 광역버스를 이용한다.

 

 

 

 

 

Posted by 프코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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