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수학여행의 추억을 찾아 백제의 왕도 부여로 반세기만에 간다. 산행도 하면서 많은 유적지를 돌아보고 싶지만, 주위에 명산이 없어 106m의 부소산(산성)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산행 보다는 여행에 가까워 어떻게 친구들을 안내해야 될지 걱정이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코스를 정하고, 직장 생활을 같이하고는 이곳에 낙향해 지내고 있는 지인에게 도움을 받는다. 만남의 장소 남부버스 터미널에서 830분 출발(편도:11,600)한다.

                            < 오늘의 여행코스 >

                  < 부여 시가지 안내도(사진을 클릭하면 확대 선명함) >

                    < 10:40, 정림사지(定林寺址) 입구(매표소) >

  오늘도 변함없는 5명이 만나 부여 직행버스에 몸을 맡긴다. 버스 안은 풍성한 가을 느끼게 하는 삶은 밤과 사과를 먹으면서 친구들의 우정도 깊어간다. 중간 경유 없이 1시간55분만에 도착한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시절인 휴가 때, 오고는 오늘이 세 번째다. 그러나 기억은 초등학교 시절 추억만 떠오른다. 우선 가까이 있는 정림사지부터 걸어서 찾아 간다. 입장료(1,500)를 지불하고는 졸업 앨범사진에 나와 있는 석탑과 석불좌상을 먼저 보러간다.

                        < 10:43, 정림사지(定林寺址) 전경 >

                         < 초등학교 수학여행 시 빛바랜 사진 >

 < 10:47, 정림사지 5층 석탑(국보 제9) >

  옛날에는 운동장 같이 넓은 터에 탑과 석불만 있었는데, 지금은 절터 모습과 함께 푸른 잔디로 정비되어 있다. 백제가 사비로 도읍을 옮긴 직후에 세운 절터라고 한다. 백제시대의 전형적인 1, 1 금당식 가람이나 백제시대의 절 이름은 알 수 없다고 한다. 1028년에 만든 기와에 정림사라는 명문이 있어 고려시대의 절 이름이 정림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초등학교 수학여행 때 찍은 빛바랜 사진처럼 그 자리에서 포즈를 잡아 보니 감회가 새롭다.

 < 10:50, 정림사지 석불좌상(石佛坐像, 보물 제108)

                       < 11:04, 정림사지 박물관 >

                < 11:14, 박물관내 정림사지 복원 모형도 >

  밖에 있던 정림사지 석불좌상은 새로 지어진 건물 안으로 들어가 있다. 많은 세월이 흘렀음을 느끼게 한다. 정림사지 박물관으로 들어가 찬란했던 백제문화를 잠시 보고 간다. 기윈 전 18년 위례성에 나라를 세운 온조왕부터 서기 66031대 의자왕까지 약 700년 동안 고유한 문화를 꽃 피운 백제인의 지혜를 느끼게 한다. 다음 코스인 구드래 조각공원으로 택시를 타고 이동한다. 걸어갈 거리 이지만, 시간과 에너지를 위해 택시(2,800)를 이용한다.

                      < 11:35, 구드래 조각공원 >

                    < 11:37, 조각상 저 높은 곳>

                   < 11:45, 조각상 거대한 용>

  이름도 생소한구드래의 어원부터 찾아보니, 부소산 서쪽 기슭의 백마강 나루를 중심으로 한마을과 그 일대를 일컬어 부르는 지명이라고 한다.구드래란 말의 구성은 구()가 왕칭어인어라하와 접두어로 두 말 사이에「ㄷ」이 지격촉음으로 끼어 든, 변성 음으로 지금의구드래로 불린 것으로 본다고 한다. 간밤에 내린 비로 인하여 스산한 가을바람이 불고 있는 조각공원안은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 뿐, 일반인은 없다.

                      < 11:47, 조각상 두 사람>

              < 11:50, 조각상 거북이들이 말해주었다>

                      < 11:57, 구드래 나루터 >

  국내외 작가들이 출품한 조각상들이 파란 잔디위에 이곳저곳 산재해 있다. 전부 돌아보기에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나루터 방향으로 가면서 주위의 작품들을 감상한다. 백마강 강둑에 올라서니, 쌀쌀한 강바람이 강하게 불어 옷깃을 여미게 한다. 백마강과 관련된 노래들이 저절로 흘러나오는 것이 여행 온 기분을 느끼게 된다. 구드래는 어원에서 보듯 대왕(大王)이란 뜻을 담고 있어 나루터는 대왕진(大王津)이란 뜻이 된다고 한다.

             < 12:01, 30명이상 되어야 운항하는 황포돛배 유람선 >

            < 12:08, 7명이상 되어야 운항하는 일반 유람선을 타고 >

                  < 12:13, 구드래 나루터는 멀어져 가고 >

  이 나루는 부여읍의 가장 큰 나루로서 규암면 신리와 구드래를 연결했었는데, 현재는 유람선 선착장으로 사용된다. 비수기에다 평일로 관광객이 없자, 배가 사람을 기다린다. 30명 이상이 타는 황포돛배로 일주 하는 데는 요금이 12,000원에 1시간30분이 소요된다. 7명이상이 되는 일반 배는 주로 고란사까지 운행되는데, 편도 10분 소요에 4,000(왕복:6,000)이다. 가까스로 5명이 일반 배를 전세 내, 고란사까지 처음으로 백마강 유람에 나선다.

                       < 12:20, 고란사 아래 선착장 >

 < 12:30, 고란사(皐蘭寺)에서 >

                       < 12:34, 고란초(皐蘭草) >

  떠날 때 아쉬워 크게 원을 그려 돌고, 내릴 때에도 반가워 또 돌고 하선하는 이유를 생각해보 니, 거리가 너무 짧아 배타는 시간을 많이 주는 배려인 듯싶다. 절벽에는 빨간색 한문으로 낙화암이라 새겨져 있는데 송시열 선생께서 쓰셨다고 한다. 부소산성 입장료(2,000)을 내고 고란사로 올라간다. 백제말기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하는 고란사는 암벽에 자라고 있는 고란초로부터 유래 되었다고 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고란초 찾기가 쉽지 않다.

                        < 12:34, 고란정 약수터 >

                 < 12:39, 백화정(낙화암) 오르는 길 >

                    < 12:42, 아름다운 이정표 >

  고란정에 관한 전설은 옛날 금슬 좋은 노부부에게는 자식이 없었는데, 어느 날 도사로부터 고란초의 부드러운 이슬과 바위에서 흘러나오는 약수가 효험하다는 말을 듣고 남편을 보내 마시게 한다. 남편은 돌아오지 않고 약수터에는 남편의 옷을 입은 갓난아기만 있었다. 도사가 한잔 마시면 삼년이 젊어진다는 말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아기를 키웠는데 훗날 백제의 최고 벼슬인 좌평까지 했다고 한다. 긴 바가지로 푸는 물맛에 나도 젊어진 듯하다.

                   < 12:43, 백화정(낙화암 위 정자) >

                 < 13:00~13:54, 소나무 숲 아래 식사 >

                < 14:03, 부소산의 정상(106m) 사자루 >

  고란사에서 낙화암에 오르는 계단은 경사가 급해 산에 오를 때처럼 숨이 가쁘고 땀이 난다. 아름다운 이정표가 갈 길을 자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백제 의자왕 20(660)나당 연합군의 침공으로 백제여인들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을 알고 남의 손에 죽지 않겠다고 강물에 몸을 던졌다는 낙화암(암벽 높이:60m)이다. 백마강 강바람을 맞으며 소나무 숲속에서 환상적인 식사를 한다. 부소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망대 역할을 했던 사자루이다.

                       < 14:12, 갈림길 광장 >

                     < 14:14, 반월루(半月樓) >

              < 14:17, 반월루에서 본 부여시가지 >

  산성내의 갈림길 사거리인 광장이 숲속에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다. 문화재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다는 긴(2.75km)코스인 제1방향(산성내 일주관람)을 택한다. 가는 길 우측으로 백마강(白馬江)이 반달모양으로 끼고 도는 남쪽 마루에 1972년 지었다는 2층 누각 반월루가 있다. 계단을 올라가 보니, 부여 시가지의 전경(全景)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이다. 수혈 주거지(竪穴住居址)라고 표시된 지역을 지나는데, 한 친구가 그 뜻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 14:31, 군창지(軍倉址) >

                    <14:38, 영일루(迎日樓) >

                < 14:38, 부소산문을 향한 하산 길 >

  인터넷 검색을 할 때 무심코 지났던 명칭을 꼭 집어 물어온다. 무엇인가 들킨 것 같은 마음에 한동안 어리벙벙하다. 돌아와 찾아보니, 땅에 30~100cm의 깊이로 넓은 구덩이를 파고 위에 지붕을 덮은 움막집 터가 발견된 곳이다. 1915년 이곳 지하에서 쌀, 보리, 콩 등의 불에 탄 곡식이 발견되어 군량을 비축한 창고로 알려지게 되었다. 수학여행 와서 땅을 파고 곡식을 보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계룡산의 연천봉(739m)에서 떠오르는 해를 맞이했던 영일루다.

< 14:53, 삼충사(三忠祠)에서 >

             < 14:59, 부소산문(扶蘇山門) 겸 매표소 >

                 < 15:10, 서동공원(궁남지) >

  산성내의 숲속은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잘 가꾸어져 있어 오래도록 머물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 안타깝다. 백제의 충신인 성충, 흥수, 계백의 충절을 기리기 위하여 1957년에 세운 사당에서 인증 샷을 한 장 남긴다. 산문을 나와 마지막 목적지 서동 공원으로 간다. 애매한 거리이기에 다시 택시(2,800)를 이용한다. 성왕의 동상이 세워진 로터리와 계백장군 동상이 세워진 로터리를 지나니, 누렇게 말라 버린 연잎이 늦게 왔다고 말하는 궁남지이다.

              < 15:13, 철이 지난 궁남지의 연꽃과 수련들 >

                < 15:16, 늦게 외롭게 핀 수련들 >

                  < 15:26, 궁남지(宮南池) >

  부여 궁남지의 연꽃이 한 여름철이면 장관을 이뤄 멋지다는 소문을 입증이라도 하듯 광대한 연못에는 곧게 올라온 연잎과 텅 빈 연밥 주머니가 말라서 안타깝게 한다. 몇 개의 연못에 늦게 핀 수련들이 제철이 지나서 온 방문객들을 맞이해 준다. 백제 무왕 때 만들어진 연못은 궁궐의 남쪽에 있다고 하여 궁남지라 부른다고 한다. 20여 리나 되는 긴 수로를 통해 물을 끌어들이고, 주위에는 버드나무를 심고 연못 가운데는 섬을 만들어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 15:32, 서동과 선화공주 이야기((사진을 클릭하면 확대 선명함) >

                        < 15:37, 포용정 입구 다리 >

< 15:49, 포용정 앞에서 >

  옛날 백제의 서동과 신라 선화공주의 국경을 초월한 사랑이야기는 너무나 많이 알려져 남녀노소 모르는 사람이 없다. 백제 30대 임금인 무왕의 실제 이름은 장()이었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는 궁궐 남쪽에 있는 연못가에서 살았는데 그 못의 용과 정을 통하여 낳았다고 한다. 인공으로 만들어진 궁남지 한가운데 있는 섬, 포용정을 들리고 나와서는 이도령과 춘향이를 연상케 하는 커다란 그네에서 여친들은 춘향이 자세로 어린 시절을 만끽한다.

                           < 15:51, 빅토리아 연 >

                      < 7:20, 서초동 백년옥에서 뒤풀이 >

                           < 7:36, 두부전골 메뉴 >

  한 연못에 누가 연잎을 만들어 띄워 놓았나 했더니, 남아메리카에서 자생하는 빅토리아 연이라고 한다. 어린이가 올라가 있어도 가라앉지 않을 정도의 거대한 쟁반이 물 위에 떠 있다.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으나 번식이 어려워 국내에서는 2~3곳만 재배된다고 한다. 일사불란하게 함께 움직인 결과 예상보다 일찍 끝나 상경시간을 1시간 앞당겨 상경해 서초동 백년옥에서 뒤풀이한다. 해물이 들어가 시원한 두부전골 맛처럼 오늘의 여행도 시원스럽고 멋졌다.

 

  얼마 전 발트3국을 다녀오며 가이드로부터 배워 온 그 나라의 말텔레비 섹스(건강을 위하여)많이 하다 보니 하루의 피로도 웃음과 함께 날아간다. 수학여행 왔던 이야기부터 시작해, 하루 종일 동심으로 돌아가 즐겁다 보니 젊어진 듯하다. 함께한 네 친구들 덕분에 한번 가보고 싶던 부여를 잘 다녀왔고, 친구들이 있어 더 즐거운 여행이 되어 감사합니다. 수고들 많았습니다.

 

                                  2013. 10. 11. 백제의 왕도 부여를 다녀와서.....

 

 

Posted by 프코2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