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행일시 : 2011년 4월 3일 (일요일)
2) 산행코스 : 강화도 창후리선착장→교동도 월선포선착장→교동향교→문무정
→화개사→봉수대→화개산정상→북벽망루→한증막 →석천당
→대룡시장→남산포→교동읍성→동진포→월선포선착장
3) 산행시간 : 10시40분-15시00분(4시간20분), 산행거리: 16.0km
4) 참 가 자 : 햇빛 산악회, 33명
5) 날 씨 : 맑 음
6) 산 행 기
최근에 많이 들어온 둘레길, 제주 올레길에 이어서 나들길이 있다하여 강화로 아내와 함께 간다. 지금은 체력이 따라 줘 열심히 산에 다니지만, 언젠가는 산에 오르기 힘들 때가 되면 즐겨 찾아야 할 길들이다. 코스 중에는 화개산(華蓋山: 260m)도 있어 섬 산행의 묘미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얼마 전 인기프로인 1박2일 팀에서 다녀와 유명해졌고, 그 이후 강화 나들길을 개장(2011년 3월 12일)했다고 하니 얼마 되지 않았다.
강화에서 배를 타고 석모도는 몇 번 다녀왔지만, 그 위에 있는 교동도는 처음 듣고 가는 섬이다. 바다 건너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군사지역으로 섬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신고서 작성은 물론이고 때에 따라서 신분증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씨조선 왕과 후손들이 귀양을 가서 머물던 섬이라 한다. 특히 폭군 연산군이 유배생활을 이곳에서 보내다가 사망했다고 한다. 사전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인지하고, 신사역으로 향한다.
신사역 출발(8:00)→88도로→강화인삼휴게소(9:10)→창후리 해상여객터미널에 도착(9:50)한다. 군인들이 출입을 통제하는데, 의견차이로 옥신각신하다가 겨우 편도 요금 2,300원을 내고 여객선에 오른다. 수심이 깊지 않아 물때에 따라 섬까지의 운항시간이 달라진다. 밀물 때는 15분정도 소요되나, 썰물이면 돌아서 감으로 1시간가까이 걸린다. 갈매기들은 자신의 몸에 안 좋은 줄도 모르고, 쉬운 먹이 감인 새우깡을 찾아 열심히 따라온다.
수심이 얕아 갯벌의 진 흙탕물로 바닷물이 푸르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오랜만에 배를 타니 가슴이 후련하다. 15분정도 지나서 교동도 월선포 선착장에 도착한다. 군사지역으로 개념도가 없어 안내판을 보고 나들길 코스를 설명해 준다. 공지에도 있듯이 모두가 가벼운 복장으로 기대를 하며 출발한다. 화창한 봄 날씨도 일행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주위의 전답에서 풍기는 짙은 거름냄새가 코를 자극하지만, 향수를 불러 온다.
선착장에서 차도로 300m 와서 우측의 포장된 마을길로 진입한다. 작은 이정표는 목적지 교동향교까지의 거리 3.5km를 표시하고 있다. 한동안 마을길이 이어지다가, 숲이 우거진 오솔길을 걷게 하고, 다시 마을길로 나오는 등 볼만한 곳이 있으면 돌아가더라도 코스로 선택한 것을 엿볼 수 있다. 가는 길 중간 중간에 이정표, 리본과 안내판이 설치되어, 누구나 길을 잃지 않고 갈 수 있다. 소나무 숲길의 솔향기가 나들길을 산뜻하게 한다.
나들길을 개장한지가 20여일 밖에 되지 않아, 개척당시의 표식과 현재의 리본이 같이 있다. 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인 교동향교는 고려 충렬왕 때 유학자 안향이 원나라에 갔다가 공자의 초상화를 가지고 돌아오면서 이곳에 모셨다고 한다. 공자의 신주와 우리나라 유현들의 위폐를 모신 대성전(위에 있는 건물)에서 방금 제사를 지내었다고 관리인은 말한다. 전체 일정 중 1/4 왔다고, 앞에 있는 이정표가 표시하고 있다(월선선착장:3.8km, 화개사:0.8km).
향교를 벗어나고 부터는 화개산에 오르고 있음을 의식할 수 있게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올라간다. 화개사에 이르는 길은 잘 정비된 숲속 길 차도이다. 산 중턱에 위치한 화개사는 전등사의 말사로서 고려 때 창건되었다고 한다. 경내의 건물은 현대식으로 개조하여 사찰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넓은 앞마당에 있는 200년 된 강화군 보호수 소나무가 고찰임을 대신 증명하고 있다.
화개사에서 단축코스와 완주 코스로 나누어진다. 완주코스는 우측 화개산에 오르고, 단축 코스는 산을 오르지 않고 좌측의 면사무소로 간다. 산에 오르면서 지금은 흔적만 있는 문무정(文武井,11:42)을 안내판만 보고 지난다. 낮은 산이지만 돌무더기가 있는 너덜 길도 있고, 바위들이 능선에 돌출되어 있는 구간도 잠깐 지난다. 최근 며칠 동안 화창한 봄 날씨에 길가의 이름 모를 꽃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올해 들어 처음 보는 야생화이다.
정상 건너편에 마주하고 있는 봉우리 봉수대는 현재 낮은 석단만이 남아있다. 정상에서의 멋진 바다와 섬들의 조망을 기대했는데, 짙은 해무로 인하여 가까이 사물만 겨우 보일 정도이다. 북쪽으로는 북한 땅까지 보인다고 하는데 아쉽다. 화개사에서 30분이면 정상까지 오를 수 있고, 등산로도 험하지 않아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주관하는 산악회에 여러 차례 참여를 했지만, 단체사진을 찍기는 오늘이 처음이다.
넓게 자리한 정상 옆에는 팔각정이 있다. 팔각정 안과 주위에서 모두 삼삼오오 모여 맛있는 점심식사(12:10~12:45)를 한다. 늦게 도착한 여 산우 몇 명이 오는 길에 달래를 캤다고 한 움큼 보여준다. 하산하면서 여 산우들이 너도나도 달래 캐느라 바쁘다. 화개산성의 외성과 내성이 교차되는 전망이 좋은 곳에 그 흔적이 남아 있는 북벽망루이다. 망루 아래에 산성 안내판은 있으나 산성은 보이지 않고 체육시설과 이정표가 길을 안내한다.
이정표 아래의 약수터는 양이 많지 않게 흐른다. 교동 향교 옆에도 약수터가 있었는데, 정상 아래에도 있어 부족한 식수 공급원이 될 듯싶다. 오르는 코스는 다소 거칠었으나, 하산은 약간의 돌계단에 이어 대부분 편안한 소나무 숲의 흙길이다. 작게 만들어 놓은 문에 비한다면 이름이 멋진 천화문 이다. 에스키모의 이글루를 연상케 하는 돌로 만든 한증막이 이색적이다. 조선 후기에 황토와 돌을 이용해 축조했고, 병환과 피로를 다스렸다고 한다.
직진하던 일부 산우들이 되돌아 왔던 면사무소(600m)길과 고구리 길이 혼돈을 가져온다. 면사무소 길은 지름길이지만, 정식코스는 고구리 길이다. 왼쪽에 연산군 유배지(150m)가 있지만, 다녀와야 하기에 생략한다. 전체 16km 일정 중, 8.1km를 지나는 지점에 석천당을 두어 지친 사람들이 잠시 머물면서 쉬어갈 수 있도록 했다. 차도로 들어서기 전 우측 고구리 입구에 거대한 느티나무 한 그루가 마을을 수호하고 있다.
좌측 차도 따라 1km 걷다보면, 지난번 T.V 프로에 나왔던 대룡시장 입구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하고 골목 안으로 들어선다. 어린 시절에 보았던 옛날 시장의 정취를 복사하여 재현시켜 놓은 듯 그대로다. 시간이 멈추어 버린 이곳 시장도 한 때는 이 섬의 중심 상권이었음에 틀림없다. 생각보다 넓은 이 섬에는 20~30년 전만 해도 많은 주민들이 살았다고 한다. 지금은 하나 둘 떠나서, 성시를 이루던 골목의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시장 내에는 미용실, 이발관, 약국, 다방, 시계 도장포, 잡화점부터 최근에 생긴 것으로 보이는 소주방까지 여러 업종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멈추어 버린 시계바늘은 지금 공사 중인 다리가 완공되는 2~3년 뒤에나, 서서히 돌아갈 듯싶다. 시장을 벗어나는 차도에서 보면 간판과 건물들은 최근의 어느 읍 소재지 풍경과 다를 바 없다. 이제 코스는 분위기를 바꾸어, 드넓은 평야지대의 농로(農路)를 걷게 한다.
평야지대에서 자라고, 들판 길로 4km가 넘는 초등학교를 다녔기에 정겨운 길이다. 빤히 보이면서도 가보면 먼 거리이다. 즐거운 마음에 선두를 가다보니, 북으로 가기 위해 휴식 중이던 수백 마리의 철새(청둥오리)들이 놀래서 일제히 나는 모습이 장관이다. 황금벌판 이었다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이제는 야산의 밭이다. 농부들이 만들어 놓은 고랑이 그림같이 정교하다. 전에는 이곳으로 배가 다녔다는 남산포 마을의 저수지가 운치를 더해준다.
절반 정도의 산우들은 우회하는 농노를 피해, 직선거리인 차도로 쉽게 가기도 한다. 좌측의 다녀온 화개산이 높게 보이는 것은 아마 해수면에서 바라보기 때문인 듯싶다. 남산포를 지난 삼거리에서 약간의 알바를 하고 교동읍성에 도착한다. 조선 인조7년, 교동에 경기수영을 설치 할 때 돌로 쌓은 읍성이다. 연산군이 유배생활 시 지내던 잠저지를 우회하여 지난다. 인근에 살고 있는 주민은 이곳이 읍성에 해당되어 개발 제한구역이라 한다.
가는 방향으로 멀리 월선포구와 배가 시야에 들어오면서 트레킹도 종료되어 간다. 동진포 저수지 수문을 지나니, 민물과 바닷물이 제방을 사이에 두고 있다. 제방의 잔디는 봄이 되자 해충을 죽인다고 불을 놓아 잿더미가 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의 방송을 들으니, 오히려 유익한 곤충을 더 많이 죽이게 되어 득보다 실이 많다고 한다. 평지라도 장거리를 걷다보면 피로하기에, 곳곳에 쉬어갈 수 있는 휴게소가 좀 더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멘트 제방 길을 따라 출발장소로 원점 회귀한다. 리딩을 하여준 대장께서도 오늘 만큼은 대자연속에 하나가 되어서인지 집결시간을 3시에서 4시로 변경까지 해주었는데도 당초 시간 안에 도착한다. 버스가 있는 창후리 선착장으로 돌아 와 횟집에서 숭어회와 소주로 간단하게 뒤풀이를 한다. 선착장에서 17시10분에 출발하여 19시에 신사역에 도착한다. 처음으로 가진 나들이 길, 차도, 숲속 길, 임도, 산, 마을, 시장, 들, 바다 등을 두루 돌며 내 자신이 살아 온 삶을 느껴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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