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가 순례의 끝이지만, 아쉬움이 있는 순례자들은 더 갈 수가 있다고 한다. 서쪽으로 약 90km를 가면 바닷가에 있는 피니스테레(Finisterra)와 묵시아(Muxia)가 있다. 대서양 해안에 인접한 마을로 중세시대 사람들이 세상의 끝이라고 한 피니스테레와, 성모님이 돌배를 타고와 야고보를 도왔다는 묵시아이다. 두 곳 모두 순례길의 시점인 0km 표시석이 있다고 한다. 더 걷는 순례자도 있지만, 대부분은 버스를 타고 관광처럼 돌아본다고 한다.

        <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피니스테레↔묵시아(사진을 클릭하면 확대 선명함) >

                         < 8:27. 대서양을 바라보고 있는 돌 십자가 >

                                 < 8:33, 등대로 가는 해안 길 >

- 피니스테레(Finisterra, Fisterra) -

   마지막 일정의 진행은 5-6-6:40로 일찍 출발하는데 비까지 내린다. 별도의 순례증서도 준다는 0.0km 표시석이 있는 두 포인트를 오전 중에 다녀와, 정오에 프란치스코 성당에서 있을 순례자 미사에 참례해야 한다. 일찍이 로마사람들은 이곳이 세상의 끝이라고 생각하여 지명도 Finis()+Terra()의 합성어로 지은 마을부터 먼저 간다. 순례를 걸어서 계속한다면 산티아고에서 피니스테레는 3일 정도, 묵시아까지는 1~2일 정도 추가하여 4~5일은 더 걸어야 한다.

                          < 8:34, 0.0km 표시석이 있는 바닷가 >

                              < 8:35, 0.0km 표시석과 함께 >

                                < 8:36, 여러 방향의 안내 이정표 >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비바람이 강하고, 길은 미끄러워 조심해 걸어야 한다. 주차장 옆에는 돌 십자가가 바다를 향해 있고, 등대는 해안 길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야 한다. 옛날 한 상인이 배를 타고 가는데 태풍을 만나, 배에 찬 물을 퍼내어도 안 되자, 싣고 가던 물건들을 버리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버린 십자고상이 바닷물에 닿는 순간 태풍이 멈추었다. 상인은 여기서 마지막 여생을 보내라는 하느님의 뜻이라고 여기고 마을을 조성해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 8:37, 등대 하우스 >

                           < 8:39, 바닷가 절벽위의 십자가 >

                           < 8:40, 버려진 순례자의 등산화 >

   비바람이 계속 부는 가운데 해안 길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니, 등대 하우스가 있는데 이른 아침이어 문이 잠겨 있다. 왼쪽 해안가로 내려가는 급경사 계단이 미끄러운데, 절벽 위의 십자가 때문인지 위험하지만 많이 내려간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십자가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풍광이 아름다울 것 같다. 계단 옆으로 순례자들이 완주하고 나서 버려진 등산화가 여기저기 있다. 옷이나 신발을 태우는 곳으로 유명하다는데, 환경문제를 생각하면 바람직하지 않은 듯하다.

                              < 8:41, 회귀하는 길가의 조형물 >

 

                          < 8:42, 암벽에 붙인 동판 등의 조형물 >

               < 8:42, 피니스테레의 대서양 바다(사진을 클릭하면 확대 선명함) >

   비가 계속 내리는 날씨에다 이른 아침이어서 그러한지, 이곳까지 오는 순례자들은 보이지 않는다. 산티아고에서 피니스테레와 묵시아 간을 왕복하는 정기노선의 버스도 있어 관심 있는 순례자와 여행객들은 누구나 쉽게 올 수 있다고 한다. 정오에 있을 순례자미사로 인해 짧게 주어진 시간 안에 해안가를 돌아보고 전망대가 있는 주차장으로 돌아와 다음 경유지인 묵시아로 간다. 피니스테레에서 묵시아까지는 40km 정도로 가까워, 해변과 산간도로를 달려 도착한다.

                                     < 9:34, 묵시아 해변 도착 >

                                      < 9:35, 등대와 거센 파도 >

                                   < 9:38, 바닷가에 있는 돌 십자가 >

- 묵시아(Musia, Muxia) -

   야고보가 묵시아에서 선교 활동을 할 때에 성모님께서 돌배를 타고 와, 도와주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작은 항구로 성지순례지이다. 이곳에도 갈리시아 주에서 세운 0.0km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도움을 준 성모님은 천사들과 함께 하늘로 올라가시고, 타고 왔던 돌배는 여전히 바닷가에 남아 있다. 마을 사람들은 돌배 아래 구멍이 뚫려 있는데, 9번을 왕복하면 병이 낫는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일행 중 한 형제님은 비가 내려 미끄러운데도 9번을 왕복한다.

             < 9:39, 노사 세뇨라 다 바르카(Nosa Señora da Barca) 성당 >

                  < 9:40, 성당에서 바닷가 돌배로 내려가는 바위들 >

                            < 9:40, 돌배(치유의 바위)의 모습 >

   특이하게 바다를 향해 지어진 모습의 노사 세뇨라 다 바르카 성당은 문이 잠겨 들어 갈 수 없다. 성당 내부에는 다양한 모습의 배들이 매달려 있다고 한다. 돌배는 병을 낫게 해준다고 하여 일명 치유의 바위라고도 불린다. 1979년 돌배와 함께 근처에 있는 돌들이 많이 흔들렸다고 한다. 이는 배가 근처에서 침몰했다는 것을 성모마리아님께서 알려 주시는 신호였다고 한다. 비바람이 불어 내려가는 길은 온통 바위라 미끄럽고, 거센 파도까지 쳐서 포말이 밀려온다.

                              < 9:41, 돌배(치유의 바위)와 함께 >

                   < 9:45, 아 페리다(A Ferida)기념탑, 0.0km 표시석, 성당 >

                      < 9:46, 0.0km 표시석, 페리다(상처)기념탑과 함께 >

   도보순례 전에 버스에서 보았던 영화THE WAY에서 아버지가 순례를 시작하다 죽은 아들 유해와 함께 완주를 마치고서 바다에 뿌린 곳이며, 주인공들이 소지했던 것을 털어 버린 촬영장소이기도 하다. 돌로 조각한 아 페리다(A Ferida, 상처)기념탑 옆에 0.0km 표시석도 있다. 2002년 유조선이 좌초되어 66,000톤의 기름 유출 사고로 인근지역의 생태계가 파괴되었던 기억을 되살려,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념탑을 세웠다.

               < 9:48, 동산에서 바라본 성당 앞 풍경(사진을 클릭하면 확대 선명함) >

                                < 9:50, 주변 풍경을 동영상으로 >

                            < 9:54, 입구에 있는 각종 안내 표시물 등 >

   우리도 10여년(2007.12.7.)전에 서해안에서 해상크레인선과 유조선의 충돌로 원유 12,500톤이 바다로 쏟아져 태안 앞바다가 검게 변했던 사고가 떠오른다. 온 국민의 성원과 자원봉사로 기름을 제거했지만, 이곳의 피해가 우리나라의 5배 정도나 되는 규모라니 놀랍다. 비도 내리고 미사시간 때문에 한번 둘러보고는 묵시아를 출발(10:05)하여 산티아고 프란치스코 성당으로 간다. 올 때와 달리 돌아가는 길은 정체를 빚어 불안하더니, 겨우 시간을 맞춰 도착한다.

                           < 11:42, 산티아고 프란치스코 성당 도착>

                          < 11:43, 미사에 참례하려는 순례자들의 줄 >

                              < 11:48, 프란치스코 성당 내부(제대) >

- 순례자 미사(프란치스코 성당) -

   대성당의 내부공사로 인해 향로미사에 참례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가지고, 정오에 순례자미사가 행하여지는 프란치스코 성당에 다소 늦게 도착한다. 긴 여정을 무사히 마친 순례자들이 길게 줄을 서서 입장을 하고 있다. 성당 내부로 들어가니, 이미 빈 좌석이 없을 정도로 만원이다. 옆에 서서라도 미사에 참례하려고 앞으로 나갔더니, 성당 관계자들이 자리가 부족함을 알고, 보조 긴 의자를 앞쪽에 놓는다. 다행이 제일 앞줄에 앉아 미사를 드렸으니 운이 좋았다.

                    < 11:57, 세계 각국의 순례자들이 성당을 채우고 >

                          < 12:39, 정오부터 미사는 시작되고 >

                    < 순례자 미사 전 과정을 녹음으로(원하시는 분만 클릭) >

   정오가 되자 낭낭한 목소리의 미성(美聲)을 가진 수녀님이 성가를 부르시며 미사를 진행한다. 본당 주례신부님과 외국신부님 두 분(동행한 지도신부님과 미국신부님)공동 집전하신다. 서두에 주례신부님께서 각 나라에서 참여한 순례자의 국명을 알려주신다. 스페인어로 진행되어 잘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전 세계적으로 같은 가톨릭 미사절차라 참례하기가 수월하다. 미사시간 동안 순례자들은 걸어왔던 힘든 여정을 회상하며 감격해 눈물을 흘리는 자매도 계시다.

                   < 13:08, 어제 찾았던 맛 집, CASA MANOLO 레스토랑 >

                            < 13:28, 메인 음식인 돼지갈비 구이 >

                    < 17:21, 산티아고 공항에서 마드리드 행 국내선 탑승 >

   미사를 마친 후에는 어제 식사를 했던 맛 집 CASA MANOLO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한다. 식사 시간이라 예약하지 않은 손님들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샐러드와 빵이 나온 다음 메인 음식으로 돼지등갈비 구이가 푸짐하게 나온다. 도보순례 4일차에 먹었던 숯불구이와 비슷한 맛이다. 식사가 끝나고는 귀국 일정을 밟기 위해 산티아고 공항으로 이동하여 마드리드 행 국내선 비행기(17:40)에 오른다. 소요 비행시간은 1시간 정도로 가까운 거리이다.

                         < 18:48, 마드리드 공항 도착(이베리아 항공기) >

                           < 20:05, 한식당 아리수에서 저녁식사 >

                            < 20:17, 여행하여 처음으로 맛보는 한식 >

- 마드리드를 경유하여 -

   산티아고에서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비행기가 없는 듯, 귀국 절차를 밟기 위해 마드리드로 간다. 스페인의 수도인 마드리드로 이동할 때는 국내에서 가장 큰 국영 항공사인 이베리아 항공(Iberia)을 타고 간다. 마드리드(Madrid)는 오래전에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여행하며 관광하였던 도시라 기억이 많이 남는다. 도착하자마자 이번여행에서 유일하게 한식을 먹을 수 있는 한식당을 간다. 마지막 밤이기도 하여 먹고 싶었던 한식에 소주를 많이 마시리라 기대한다.

                    < 21:21, 메리어트호텔에서 1(10박째 숙소) >

                           < 7:42, 익일 조식 뷔페 레스토랑 >

                               < 7:53, 1차 가져 온 음식들 >

   지글지글 삼겹살을 구워 놓고 마시는 소주 한잔을 기대했는데, 엉성한 육개장 국물에 불고기와 생선조림이 반찬의 전부이다. .맥을 만들어 몇 잔 마시기는 하였지만, 기대를 너무 했던 것이 잘 못이었다. 오히려 평소와 같은 양식에 와인을 마시는 것이 더 좋을 듯하였다. 숙소는 5성급 메리어트 호텔인데, 지금껏 숙박했던 호텔 중에서 최고급 시설에 규모도 제일 크다. 지금까지 숙소는 룸에 커피포트가 없어 물을 끓일 수 없었는데, 마지막 숙소에 있어 아쉽다.

            < 8:08, 뷔페 레스토랑에 있는 자전거 페달을 돌려 야채 믹서를 >

                < 15:07,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타고 갈 에어버스 >

               < 프랑크푸르트 출발 10시간20분 비행하여 인천공항에 >

-  입   국  -

   숙소에서 9시 출발하여 마드리드 공항에서 귀국하는 비행기에 오르므로 원하는 시간에 일어나 식사하라고 모닝콜도 없다. 5성급 호텔답게 뷔페 레스토랑도 럭셔리하고 음식의 종류도 많다. 자전거 페달을 돌려, 야채들을 믹서에 갈아 마시라고 하는 것이 이색적이다. 출국하여 스페인에 올 때처럼, 입국할 때에도 루프트한자(Lufthansa)의 기종이 같은 비행기를 프랑크푸르트에서 바꿔 타고 들어온다. 1112일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도보순례를 마치고 입국한다.

   처음 가는 외국의 순례길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주관하는 여행사의 세심한 준비로 편하게 걷기만 하다 돌아 온 듯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신심도 많이 고취되어, 앞으로 신앙생활에 많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순례길에 같이 하였던 황중호 베드로 지도 신부님, 윤승민 라파엘 인솔자님, 현지가이드 에스텔 자매님, 수고 많으시었고 감사드립니다. 짧은 시간 같이하였던 모든 형제님과 자매님! 고생하시었고 즐거운 시간 되었습니다. 이제 다녀 온 경험을 살리고, 더 걸을 수 있는 연령임을 확신했으니, 나머지 생장에서 사리아까지 걷는 일정을 준비해야겠다.

 

Posted by 프코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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