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행일시 : 2010년 10월 3일 (일요일)
2) 산행코스 : 성삼재→노고단→피아골삼거리→임걸령→노루목→삼도봉
              →화개재→토끼봉→연하천대피소→형제봉→벽소령대피소
              →덕평봉→칠선봉→영신봉→세석대피소→백무동
3) 산행시간 : 4시40분~17시40분(13시간), 산행거리: 30.4km추정
4) 참 가 자 : 일산하나산악회, 27명
5) 날    씨 : 비온 후 갬
6) 산 행 기
  많이 기다려온 지리산 종주의 남은 구간인데, 막상 다가오자 비까지 내린다고 하니 갈등이 시작된다. 갑자기 찾아 온 목감기와 발뒤꿈치의 통증이 심해, 산행을 취소하고픈 마음이 고개를 든다. 처음으로 겪게 되는 13시간(30km)의 장거리 산행이 중압감으로 다가와 여기저기 아픈 것 같다. 그러나 마음이 통하는 이들과 함께 남은 구간을 마칠 기약이 없으니, 약봉지를 들고 지리산(智異山: 1,915m)으로 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오늘의 산행코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탐방로 안내도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4:40, 성삼재 탐방지원센터 >
  탑승 장소 서초구민회관(11:30)에서 출발한 버스는 기흥휴게소(11:55)→함양휴게소(간식, 2:40~3:10)→성삼재(4:30)에 도착한다. 나누어 준 개념도에 의해, 산행코스 설명을 듣는다. 장거리 산행으로 뱀사골과 벽소령(음정)에서 탈출할 수도 있고, 17시까지는 백무동에 도착해야 한다. 전날부터 내린 비는 밤새오더니, 도착한 성삼재에는 바람과 함께 더 세차게 내린다. 탐방지원센터를 지나서 산행이 시작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5:01, 무넹기 삼거리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5:11, 등산 안내 이정표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5:22, 국립공원 안내판 >
  나이 때문인가? 행동이 느려서 일까? 버스에서 준비도 했는데, 일행들은 내리자 마저 팀을 이뤄 내뺀다. 나도 모르게 후미가 되어 불안한 마음으로 포장된 넓은 도로를 따라 오른다. 화엄사 길과 만나는 무넹기에서 후미대장은 두 사람이 아직 안 왔다고 잠시 기다리자 한다. 바닥이 돌인 도로를 지나, 등산안내도에서 우측으로 올라간다. 대장은 더 기다린다고 혼자 올라가라 한다. 어둠속에 안내판이 보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5:33, 노고단(老姑壇, 1,507m) 정상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노고단 돌탑 안내도(사진 퍼옴)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5:36, 지리산 종주 능선길 안내도 >
  비는 줄기차게 내리고, 짙은 운무로 헤드렌턴을 켰지만 발아래만 보일뿐이다. 얼마 후 희미한 불빛과 사람들 목소리가 들려, 가까이 가보니 노고단 산장이다. 그곳에서 더 오르니 광장이 나와, 이정표를 찾아 이곳저곳 살펴본다. 노고단 정상은 개방시간이외는 통제한다는 안내판만 보여, 모습이 궁금해 어느 선배산우의 돌탑안내 사진을 퍼온다. 빗방울이 맺혀 잘 보이지 않는 안내판이 종주코스임을 알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6:12, 돌무더기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6:32, 피아골 삼거리(1,336m)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6:39, 임걸령(林傑嶺, 1,320m) >
  헤매다 찾아 낸 이정표(임걸령:3.2km, 반야봉:5.5km)를 따라, 좁아진 등산로로  오른다. 한참 오르다 보니, 제대로 가고 있는지 두렵다. 후미대장이 오기를 한참 기다리니, 다른 등산객들과 함께 와서 산행을 계속한다. 기다리던 산우가 내려가는 것을 봤다는 산객이 있어 동반산행을 포기한다. 큰 돌무더기를 지나서, 피아골 삼거리에 도착한다. 옛날 의적이나 도적들의 은거지로 유명했다는 임걸령도 지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6:42, 임걸령 주변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7:11, 노루목(1,498m)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7:26, 삼도봉(三道峯, 1,533m) >
  이곳은 높은 고지인데도 우뚝 솟은 반야봉이 북풍을 막아주고 노고단 능선이 동남풍을 가려주는 산속 깊이 아늑한 천혜의 요지라 한다. 샘에는 항상 차가운 물이 솟고 물맛 또한 좋기로 유명하다. 의적 임걸(林傑)의 활동무대였기에 임걸령이 되었다. 노루목은 마치 노루가 머리를 치켜들고 피아골을 내려다보는 형상의 바위가 있어 이름 지어졌다. 전북, 전남, 경남의 경계를 이루는 삼도봉에서 잠시 머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7:44, 화 개 재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7:44, 화개재 주변의 모습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8:21, 토끼봉(1,534m) >
  삼도봉은 반야봉 아래 위치하고 있어 바라보는 경관이 아름답다고 하는데, 한치 앞도 볼 수 없다. 앞선 일행들을 보니, 노루목에서 1km 위치에 있는 제2봉인 반야봉(1,734m)을 몇 명이 올라갔다고 한다. 대간 길에는 잘 들리지 않는 코스라 한다. 삼도봉을 지나 데크 계단을 따라 많이 내려간 후, 다시 오른다. 화개재는 능선에 있는 장터중 하나로 물물교환 장소였다고 한다. 정겨운 이름의 토끼봉이 반겨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9:40, 연하천 대피소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10:21, 음정 하산 길(삼각봉)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10:39, 처음 속살을 보이는 풍경 >
  산행한지 4시간이 경과하자, 체력은 떨어지며 허기가 진다. 식사는 비도 오고하니, 어차피 일정에 있는 연하천 대피소까지 가야 한다. 밤 3시경 마지막 휴게소에서 왜 간식시간을 주었는지 알만하다. 연하천대피소 취사장에서 아침식사(9:40~10:10)를 서서 한다. 이제 비는 그치고 서서히 개이기 시작한다. 음정으로 하산하는 갈림길(삼각봉)을 지나니, 운무 속에 감추었던 속살을 살며시 보여주기 시작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10:58, 숲 사이로 형제봉(1,442m)이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11:00, 형제봉 위 소나무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11:04, 산 죽 길 >
  작년 같은 시기에 세석산장↔천왕봉 구간을 산행 할 때에도 밤새 비가 온 후, 아침에 개였지만 짙은 운무로 지리산의 산세를 보지 못했다. 3대에 걸쳐 덕을 쌓아야 천왕봉 일출을 볼 수 있다고 하더니, 일출은 고사하고 산세마저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형제봉 바위에서 자라는 소나무가 더 푸르고, 고고하게 자라고 있다. 가는 길가에 계속 푸르른 모습을 보이는 산죽도 오늘 같은 날씨에는 길동무가 되어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11:10, 곰 출현주의 현수막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11:16, 지나온 형제봉을 뒤돌아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11:28, 거대한 두 바위사이 등산로 >
  숲이 우거진 등산로 곳곳에는 곰 출현주의를 요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지나온 형제봉이 이제는 건너편에서도 선명하게 보이도록 가시거리가 좋아지고 있다. 산행시작한지 7시간이 가까워오자, 피로로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벽소령에서의 탈출을 생각도 해보지만, 같은 후미 일행 누구도 거론하지 않는다. 가는데 까지 가보기로 한다. 거대한 바위 벽사이로 난 등산로가 자연의 신비와 조화를 느끼게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11:40, 벽소령 대피소 이정표에서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11:40, 벽소령 대피소(1,340m)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11:49, 정리된 돌 길 등산로 >
  능선은 편안한 오솔길도 있지만, 대부분 너덜길이 많아 피로가 누적되어 간다.  음정(6.7km)으로 가는 화살표가 크게 보이는 이정표가 있는 벽소령 대피소에 도착한다. 여기서 하산한다면 지리산 종주 코스에서 빠진 벽소령↔세석 구간을 언제 다시 올수 있을까? 반문하며 끝까지 가자고 스스로 다짐한다. 일행들과 같이 음료수와 과일을 먹으며 10분간 쉬어간다. 잘 정리된 돌길을 따라 한동안 편하게 걷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11:56, 숲속 오솔길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12:05, 벽소령 암봉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12:45, 덕평봉(1,522m)아래 선비 샘 >
  편하고 호젓한 오솔길을 지나며 거칠어진 호흡도 조절해 본다. 벽소령 암봉 위로 보이는 파란 하늘은 언제 비가 내렸는지 모르게 한다. 덕평봉 아래에 있는 선비 샘에서 물 한 바가지를 마시니, 시원함이 갈증을 해소한다. 안내판 유래에는, 덕평 골에 살던 화전민 노인이 평소에 천대와 멸시를 받고 살았다. 죽어 샘터위에 묘를 쓰게 하고, 이곳을 찾아 물을 마시는 이들이 허리를 굽히게 하여 절을 받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12:45, 샘 물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13:18, 조망 포인트 안내사진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13:18, 포인트에서 능선의 모습 >
  파이프를 통해서 나오는 물이 선비의 샘이라고 보기에는 좀 그렇다. 많은 등산객이 찾는 곳이니, 물이 흘러 떨어지는 곳에 돌로 만든 조형물이라도 하나 설치했으면 하는 생각도 해본다. 정상인 천왕봉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능선을 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이다. 아직 능선의 윤곽이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이정도의 가시거리도 감사할 뿐이다. 작년에는 능선과 산세의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13:36, 칠선봉(1,576m)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14:13, 산비탈 바위와 나무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14:16, 단풍이든 영신봉 >
  위험한 암릉 길은 없지만, 가끔 기이한 큰 바위들이 시선을 머물게 한다. 칠선봉 (망바위)도 포토 죤으로 잠시 머문다. 산허리를 돌아가는 긴 데크 계단은 오르내리기가 힘이 든다. 경사진 산비탈 바위에서 자라나는 나무들의 강인한 생명력이 멋진 풍경을 선물한다. 고약한 냄새 나는 곳에는 예외 없이 단풍들이 고운색깔을 내기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있다. 단풍이 서서히 물들기 시작하는 영신봉이 아름답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14:24, 영신봉(1,651m) 이정표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14:32, 세석평전과 대피소 전경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14:37, 영신봉에서 본 촛대봉(1,703m) >
  영신봉 이정표를 지나니, 작은 돌들이 많은 평지라는 뜻의 세석평전이 펼쳐진다. 세석 대피소를 보자, 하산은 어떻게 하든 종주를 했다는 기쁨에 가슴 벅차다. 여기서 작년에 1박을 해서인지, 주위의 모습들이 정겹고 그때의 추억이 되살아난다. 건너편으로 멀리 보이는 촛대봉은 작은 바위들이 촛농이 떨어진 것 같이 모여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간단히(15분)하고 하산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14:55, 세석대피소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14:56, 세석 갈림길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15:10, 하산로 2번째 계단 >
  남겨둔 행동식을 소진하고, 규모가 제일 크다는 정겨운 세석대피소를 둘러보고 하산한다. 갈림길 이정표에 있는 거림(6km)은 백무동(6.5km)에 비해 단거리이며, 가보지 않은 코스이다. 기대를 했지만, 지난주 2회 차 백두대간 산행 시 하산한 코스라고 한다. 한번 올라왔던 등산로이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데크 계단을 내려와, 큰 바위 들의 너덜 길 계곡은 지쳐있는 몸을 가누지 못하게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16:14, 아름다운 한신계곡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17:12, 첫나들이 폭포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17:40, 백무동 탐방지원센터 >
  작년에 같은 코스를 오르면서, 세석에서 숙박을 한다고 여유 있게 올랐다. 그래서 힘들지 않았던 기억뿐인데, 오늘은 온몸이 지치고, 다리는 풀려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다. 소와 폭포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한신계곡을 구경하기보다는 지루함이 더 크기만 했다. 내려와서 이야기를 들어도, 모두가 너무 힘들어 누구한테 추천하고픈 코스가 아니라 한다. 깊은 심호흡을 수없이 하고나서야 백무동에 도착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등산로에 핀 야생화(1)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등산로에 핀 야생화(2)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등산로에 핀 야생화(3) >
  백무동에서 18시에 출발해 상경하는 동안, 운영진께서 백두대간 중에는 오늘과 같이 어려운 코스가 다섯 곳 정도 있다고 한다. 이제 시작인 백두대간 2기 팀원에게 모두 다 해낼 수 있다는 용기를 준다. 체력의 한계를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에,  종주로 만족해야만 한다. 탑승 장소에 22시20분에 무사히 도착한다. 무사히 지리산 종주를 하게 해준 일산하나 산악회 운영진과 힘을 실어준 후미대장님! 감사합니다. 침을 삼킬 수 없도록 목이 아프고, 온몸이 쑤시지만 내일 또 산에 오르렵니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2.0 대한민국 라이센스에 따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Posted by 프코2009
,